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 흑자 전환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걸음이 바쁘다.
적잖은 규모의 위로금 지출을 무릅쓰고 희망퇴직도 실시하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내년 이익을 낼 수 있을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 수주가 2016년을 저점으로 회복하고 있는 만큼 내년 매출은 6조 원을 웃돌 것"이라며 "2019년에는 고정비 감축 등을 통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 삼성중공업은 흑자가 거의 확실하다고 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내년 흑자가 가능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조선3사 가운데 해양플랜트 수주잔고가 가장 많다 보니 건조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얼마나 발생할지 불투명하다“며 ”현재 충당금 설정액이 넉넉한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내년 흑자에 관한 확신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남 사장으로서는 이런 불안한 지반을 굳힐 필요가 있다. 남 사장은 올해 대표를 맡아 내년은 그의 입지를 판가름할 만한 중요한 해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16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삼성중공업만 유일하게 영업손실을 냈다. 물론 올해 적자야 이미 예고된 일인 만큼 연말 인사에서 남 사장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내년은 다르다. 조선업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의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합산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80조 원가량 날아간 와중에도 삼성중공업 시총은 60%가량 뛰었다.
남 사장에게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은 11월19일부터 해양과 조선부문을 가리지 않고 근속 7년 이상의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다. 그동안 상시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오긴 했지만 기한을 두고 받는 것은 올해 처음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고정비를 줄이려면 인력 효율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직원이 2016년 1만4천 명이었으나 현재 1만100여 명 수준으로 줄였다. 자구계획안에서 인력을 올해 8400~9800명까지 축소하기로 했지만 최근 업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추가 구조조정은 다소 예상 밖이라는 말도 나온다.
올해 수주 사정이 나아져 대형 조선사들 도크가 차고 있는 만큼 큰 규모의 인력 감축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 역시 올해는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주목표 달성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남 사장은 수익성 개선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목표의 72.2%, 현대중공업이 94%를 수주한 반면 삼성중공업은 59.8%를 채우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희망퇴직에서 기존 위로금 말고도 연령에 따라 1천만~4천만 원을 더 지급하는 등 적극적 보상책을 펼치고 있다.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 지원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근속 7년 미만인 직원들도 선택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위로금이 더 들어가더라도 인건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라며 "올해 인력 구조조정에 쓴 비용은 결국 내년에 인건비 절감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