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구글 동맹, 모바일결제로 균열 조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

‘안드로이드 동맹’의 두 축인 삼성전자와 구글이 모바일결제시장에서 동지가 아닌 적으로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루프페이’를 인수하자 구글이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자체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독자 모바일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했는데 구글이 통제를 강화하면서 이런 행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구글월렛’ 탑재하기로

구글은 자체 모바일결제 시스템 ‘구글월렛’의 확대보급을 위해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 US 등 미국 3대 이동통신사와 제휴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애리얼 바딘 구글 결제부문 부사장은 구글 커머스사업부 블로그를 통해 “3대 이통사들이 만든 모바일결제 서비스업체 소프트카드와 제휴하기로 했다”며 “구글월렛 강화를 위해 소프트카드가 보유한 기술과 지적 재산권 일부도 인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제휴로 올 하반기부터 3대 이통사들을 통해 미국시장에 공급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들에 구글월렛이 선탑재된다.

탑재 대상은 안드로이드 버전 4.4 ‘킷캣’ 이상 모델이다. 킷캣이 전작인 ‘젤리빈’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 월렛이 기본으로 탑재되는 셈이다.

구글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젤리빈과 킷캣의 점유율은 각각 44.5%와 39.7%로 집계됐다. 이르면 올해 1분기 안에 킷캣이 젤리빈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구글은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결제 서비스 ‘탭 앤 페이(tap-and-pay)’도 기본으로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탭 앤 페이는 NFC 결제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대고 두드려 간편하게 결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 삼성전자 독자행보에 제동 걸리나

구글의 이번 결정은 애플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페이’로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보스턴 리테일 파트너스에 따르면 북미 500위권 유통업체 가운데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곳은 8% 정도다. 하지만 올 연말에 이 비율이 약 40%까지 상승하고 2018년 5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의 모바일결제 서비스 강화 전략이 삼성전자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역시 독자 모바일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미국 모바일결제 솔루션 스타트업인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갤럭시S6’과 함께 ‘삼성페이(가칭)’를 공개할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 월렛을 선탑재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의 이런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게 됐다. 미국 이통사들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구글월렛을 탑재하도록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머케이터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팀 슬로안 연구원은 “새로운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구글월렛과 삼성페이 두 가지 결제 서비스를 모두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의 루프페이 인수를 두고 향후 구글과 동맹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한 적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와 구글 모두 자체 모바일결제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며 “두 업체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오랜 파트너였지만 모바일결제 분야에서 신경전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구글 동맹, 모바일결제로 균열 조짐  
▲ 구글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구글 월렛' <사진=구글>

◆ 새 먹거리 두고 맞붙는 삼성과 구글


삼성전자와 구글이 모바일결제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는 까닭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3530억 달러로 예상되는 글로벌 모바일결제 시장규모가 올해 4311억 달러로 성장한 뒤 2017년 72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스마트폰사업은 프리미엄시장의 포화와 중저가시장의 경쟁심화로 어려운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에 지속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런 노력은 대부분 실패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챗온’과 콘텐츠 서비스인 ‘삼성 허브’는 서비스가 종료됐다. 삼성전자의 독자 보안 솔루션 ‘녹스(Knox)’의 경우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기본으로 탑재하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업체와 차별성도 사라진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삼을 수 있는 사업은 모바일결제가 거의 유일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구글도 모바일결제시장에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처럼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안드로이드 업체들이 많아질 경우 구글의 안드로이드 장악력이 약해질 수 있다.

구글은 2011년 구글월렛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실 사용자가 적어 모바일결제시장에서 좀체 영향력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TG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미국 모바일결제 금액 중 구글월렛의 비율은 4%에 불과했다. 애플페이는 출시 두달 만에 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구글월렛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