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제약 분사해 CJ 리베이트 이미지 차단  
▲ 손경식 CJ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CJ제일제당에서 제약사업부문을 분리했다.CJ는 가볍고 발빠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제약사업부가 리베이트 관련 사건에 기소되는 등 제약 영업과정에서 리베이트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이미지 관리를 위해 분사했다는 시각도 있다.


CJ제일제당은 21일 주주총회를 열어 제약사업 부문 분사를 최종 결정하고 다음달 1일부터 ‘CJ헬스케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분사법인의 대표이사는 CJ제일제당의 김철하 대표이사와 제약사업부문의 곽달원 부사장이 함께 맡게 된다.


이번 분사는 CJ제일제당이 제약사업을 시작한 이래 30년 만의 조처다. CJ제일제당은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사업에 나섰고 2006년 한일약품을 인수해 사업을 확대했다. 숙취해소 음료인 컨디션과 헛개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제약사업부를 분사한 이유로 글로벌화한 의약시장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신속한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고 R&D역량 강화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국내의약품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매년 12% 증가하던 제약시장이 2011년 이후 급격히 성장세가 위축돼 있다. 2012년 시장성장율은 0.3%에 불과했다.


CJ는 “앞으로 복제약과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며 “제약뿐 아니라 건강 관련 사업도 확대하기 위해 헬스케어라는 회사명을 붙였다”고 밝혔다.


이번에 분리되는 CJ제약사업부는 2010년 3612억 원, 2011년 4192억 원, 2012년 4480억 원의 매출을 내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리베이트 사건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리베이트 사건에 휘말렸다. 검찰은 리베이트로 적발된 강석희 CJE&M 사장(전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문장) 등을 구속했다. 김 사장은 2010년 의료인 21명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등 총 33억4000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1년 리베이트 제공 등의 이유로 6억5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의약영업에서 리베이트는 오랜 관행이다. 영업자들은 병의원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으면 실적을 올리기 어렵다. 정부는 리베이트를 막기 위해 리베이트 쌍벌제 등을 도입했지만 리베이트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

CJ그룹은 이런 제약사업의 실정을 감안할 때 계속 리베이트 파문에 휩싸일 경우 소비재 상품이 많은 CJ 브랜드에 나쁜 이미지가 쌓일 수 있다고 보고 아예 분리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분리는 이재현 회장의 재판과도 직결돼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아직 항소심이 남아있다. 제약사업 부문에서 리베이트 파문이 계속 될경우 CJ그룹 전체의 이미지도 나빠지고 재판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 부문을 떼어내면 리베이트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