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콘텐츠 싸움이다. 반드시 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홍정도 중앙일보·JTBC 사장이 올해 처음으로 중앙그룹 신년사를 맡으면서 당부한 말이다.
반용음 제이콘텐트리 대표이사는 이 뜻을 실현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역량 강화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콘텐트리는 투자여력이 부족하다는 그동안의 약점을 대규모 유상증자로 어느 정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제이콘텐트리는 최근 1617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3년 만의 대규모 증자인데 자금 용도는 주로 콘텐츠 투자다.
반 대표는 이 가운데 드라마 지식재산권(IP)이나 대작 드라마 투자에 512억 원, 드라마 원천 지식재산권과 작가 확보에 330억 원, 영화 콘텐츠 확대에 225억 원 등을 쓴다.
드라마사업에 증자 자금의 61%가량을 투자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제이콘텐트리는 회당 10억 원 이상의 작품을 내년에 2편 2020년 3편 정도 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콘텐트리는 그동안 자본력 부족으로 회당 제작비가 5억 원 수준인 드라마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업계에서는 제작비를 많이 들인 대작 드라마일수록 높은 가격에 수출할 수 있는 만큼 수익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경쟁사인 스튜디오드래곤만 봐도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스터 션샤인’ 등 대작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최근 미스터 션샤인 방영권을 넷플릭스에 팔았는데 판매액이 무려 300억 원 안팎이다. 국내 드라마 판매액으로는 사상 최대규모다.
반 대표로서 공격적 투자는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피할 수 없었던 선택인 셈이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일보를 위한 제이콘텐트리의 무거운 발걸음"이라며 "외부 자금 조달 없이는 공격적 투자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콘텐츠 강화의 움직임은 중앙그룹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에서 아들인 홍정도 사장으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제이콘텐트리뿐 아니라 중앙그룹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 같은 대형 글로벌사업자들이 콘텐츠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지식재산권을 들고 있는 제작사들이 권력을 얻고 있다"며 “JTBC와 중앙홀딩스 등 중앙그룹의 전략과 성장동력도 모두 콘텐츠에 집중돼 있다”고 바라봤다.
홍정도 사장은 지난해
홍석현 회장이 중앙그룹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 뒤 사실상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올해는 기존 그룹 이름이었던 중앙미디어네트워크를 중앙그룹으로, 같은 이름을 쓰던 지주회사 격의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이름도 중앙홀딩스로 바꿔 새 출발을 알렸다.
홍 사장은 올해 그룹 수장으로서 한 첫 신년사에서 "꼭 이루었으면 하는 저의 큰 꿈이 있다"며 콘텐츠 선도자로 올라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 대표는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중앙그룹의 방송채널 계열사인 JTBC는 위상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데 여기에 제이콘텐트리가 콘텐츠 공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유일한 상장사라는 점에서도 상징성과 의미가 크다.
반 대표는 2016년부터 제이콘텐트리 대표를 맡고 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으로 1981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삼성증권 대표이사 상무와 삼성선물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쳤다. 2013년 말 JTBC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2014년 홍정도 사장이 중앙일보 공동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같은 시기 반 대표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경영총괄에 선임됐다. 당시 중앙그룹이 '
홍석현 송필호(현재 중앙일보 부회장)'에서 '홍정도 반용음'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홍정도 사장 시대'는 반 대표와 함께 그 문이 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앙홀딩스가 제이콘텐트리 지분을 31.89% 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중앙그룹 오너가문의 행보 등을 감안하면 제이콘텐트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