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이 해외 기업투자금융(CIB)사업을 강화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대출 등에 그치지 않고 인수합병, 유상증자, 자기자본투자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국민은행의 약점으로 꼽히던 해외사업 부진을 씻어내겠다는 것이다.
 
[오늘Who] 허인, 'KB국민은행 약점은 해외사업' 꼬리표 떼기 별러

허인 KB국민은행장.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 행장은 국민은행의 홍콩지점과 영국 런던지점을 기업투자금융의 거점으로 삼아 아시아와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과 런던은 글로벌 투자금융(IB) 관련 회사들이 집결돼 금융시장의 허브로 꼽히는 만큼 이곳에서 노하우를 쌓고 지점들을 전초기지 삼아 주변 국가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국내 기업투자금융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나 해외는 규모가 훨씬 크고 성장성도 높아 국민은행의 약점인 해외사업 부진을 극복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허 행장은 2017년 11월 취임식에서 “국민은행의 부족한 점은 해외사업”이라며 “선진국 금융시장은 기업투자금융 위주로 진행하는 등 진출한 지역에 맞는 전략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던 때부터 추진돼 왔던 기업투자금융부문의 해외사업 확대 기조를 이어가면서 성과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인 것이다.

윤 회장은 행장을 겸임할 때  국민은행 홍콩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해 자본여력을 확충했다. 현재 홍콩지점은 기업투자금융센터를 아래 두고 아시아 지역의 관련 사업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허 행장도 17일 런던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면서 차관단대출(은행 대출단을 꾸려 중장기 대출을 주선하는 신디케이트론) 등의 기업투자금융사업을 더욱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

법인은 자체 자본금의 25% 안에서만 한 대상에 여신을 내줄 수 있는데 지점은 본점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 여신한도가 크게 늘어나고 자금조달도 더욱 손쉬워진다. 

홍콩지점이 2017년에 법인에서 전환되면서 총자산과 순이익이 2016년보다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런던 법인의 지점 전환도 2018년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제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지점의 자본시장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거래 데스크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향후 미국 뉴욕지점과 일본 도쿄지점 등 다른 선진국 지점을 통한 기업투자금융사업을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허 행장은 해외 기업투자금융사업을 지렛대 삼아 KB증권 등 다른 계열사의 협업 시너지를 확대하고 해외 인프라투자를 늘리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국민은행 홍콩지점은 현재 KB증권 홍콩법인과 같은 사무공간을 쓰면서 우량자산 확대, 신용공여한도의 안정적 확보, 전문인력 양성 등에서 협업하고 있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사업 대상으로 16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공동주선하는 데에 성공하기도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부동산 개발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건설사에 돈을 직접 빌려주거나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등을 주선하는 기업금융을 말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국 프로젝트파이낸싱시장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각축장인데 국민은행이 공동 주선기관으로서 운용실적을 만든 점은 큰 의미가 있다”며 “국민은행의 거래 분석과 자금 동원 능력을 입증한 만큼 앞으로 투자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