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많은 점에서 닮아 있다.
황 회장과 권 회장 모두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기업의 수장을 맡았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들어 회장에 올랐고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
권 회장이 18일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겨 놓고 물러나기로 결정하면서 황 회장이 거취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 시선이 몰린다.
황 회장은 최근 마음이 편치 못하다.
황 회장은 이날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20시간이 넘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경찰은 KT 임원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황 회장이 직접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미 KT 직원으로부터 “관련 사실을 회장 비서실을 통해 황 회장에게 정식 보고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말도 나돈다.
만약 불법 정치자금 기부를 승인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뿐 아니라 업무상 횡령이나 뇌물 공여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황 회장은 이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또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거듭 보이고 있다.
그는 2월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KT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을 놓고 “정치인 후원금을 그런 식으로 내온 관행은 있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관행'의 존재는 인정했지만 그와 무관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황 회장의 거취를 놓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까닭은 포스코도 그렇지만 KT도 대통령이 바뀌고 난 뒤 회장이 불명예퇴진한 흑역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남중수 전 KT 사장, 이석채 전 KT 회장은 모두 정권이 교체된 뒤 각각 납품비리,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가 본격화하자 스스로 물러났다. 남 전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고 이 전 회장은 현재 파기환송심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흑역사를 놓고 볼 때 황 회장을 겨냥한 경찰의 수사도 심상치 않고 황 회장이 불명예 퇴진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이번 경찰 수사를 계기로 황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시선을 모두 물리치고 남은 연임 임기 동안 KT의 성장전략 확보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황 회장을 흔들려는 KT 내외부의 움직임이 많았다"며 "이번 경찰 수사는 이런 움직임을 마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됐을 때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등 KT의 경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있는 점도 권오준 회장과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KT의 또다른 관계자는 "황 회장은 KT가 외풍에 경영권이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강한 의지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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