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과를 내는 것이다.
유인수 대표는 ‘양치기 회사’ 소리를 듣던 인스코비에서 9회 말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꿀벌 독을 이용한 바이오신약 ‘아피톡스’가 승부수다.
23일 네이처셀과 차바이오텍의 충격으로 바이오주들이 줄줄이 급락했지만 인스코비 주가는 전날보다 17.71%가 올랐다.
인스코비 계열사 아피메즈의 바이오신약 ‘아피톡스’를 향한 기대감 때문이다.
아피톡스는 꿀벌 독(봉독)을 이용한 통증 및 염증 치료제다. 다발성경화증 분야에서 미국 임상3상의 실시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골관절염분야에서는 임상3상을 마치고 FDA(식품의약국) 신약 승인만 남았다.
성공하면 아피톡스는 미국에서 승인받은 국내 최초의 바이오신약이 된다. 글로벌제약사 12곳과 라이선스아웃(L/O) 계약도 논의하고 있으며 인스코비가 아피톡스 해외판권의 25%를 들고 있다.
인스코비를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예전과 다른 것도 당연한 셈이다.
3년 전만 해도 인스코비를 향한 시장의 평가는 싸늘했다. 원래 회사이름은 로엔케이었는데 2015년 중국 신규사업에 진출하겠다며 씨앤피로엔으로 변경하고는 4개월 만에 다시 인스코비로 바꿨다.
이 때문에 약속한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이름을 바꿨다며 '양치기 기업'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공수표만 날리고 실적은 엉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 대표의 취임 첫해인 2014년 인스코비가 낸 영업손실은 58억 원으로 수년째 적자를 보고 있었다.
유 대표는 2014년 3월 당시 공동대표로 강승곤 대표와 인스코비에 합류했다. 그러나 의견 차이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역할을 못하다가 2015년 5월 강 대표가 물러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먼저 사업 포트폴리오부터 재편했다. 재창업의 의미에서 인스코비로 이름을 바꾼 것도 이때다.
기존 식음료유통 등 불필요한 사업은 정리하고 아피메즈 지분을 확보해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다. 현금창출원으로는 알뜰폰사업과 스마트그리드사업을 키워 지난해 영업손실 2억4천억 원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유 대표가 부진의 늪에 빠진 기업을 건져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대기업 증권사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출발했다. 10년 만에 지점장이 됐지만 IMF가 터지면서 빚 더미에 앉았다.
그러나 이후 2~3년 동안 투자자문과 벤처기업컨설팅 등을 하다 2002년 대표로 있던 투자기업을 통해 쌍방울을 인수하고 대한전선에 매각하는 성과를 내는 등 재기에 성공했다.
2003년에는 나우콤을 인수해 대표에 올랐는데 누적 적자만 500억 원이 넘었지만 바로 이듬해 흑자 전환을 해냈다. 임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프리카TV’를 만들어 대박을 치기도 했다.
유 대표는 ‘바닥이 있으니까 올라갈 길이 있다'는 말을 자주하는 데 이런 말이 무색하지 않음을 이력으로 보여준 셈이다.
인스코비 역시 아직은 오를 길이 많이 남았다.
인스코비 관계자는 “아피톡스 승인과 관련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과 한번 만나 보완자료를 요청받아 이를 진행하고 있다”며 “상용화 시점을 예상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스코비의 비(BEE)는 꿀벌이다. '부지런한 꿀벌' 유 대표는 쉴 겨를이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