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정의선 기대대로 현대위아의 '천수답' 체질 확 바꿀까

김경배 현대위아 대표이사 사장.

김경배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위아를 부진에서 건질 수 있을까?

김 사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서 출신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다 보니 ‘3대째 가신’이라는 말도 듣는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를 8년 동안 지키다 올해 초 현대위아로 옮기면서 ‘천수답’ 체질 개선이라는 임무를 새로 받아들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위아는 현대차그룹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지속적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67억 원에 그쳐 전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위아는 현대차그룹에 납품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현대기아차의 원가 절감에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룹에서 현대위아 이익을 보장해 줄 능력과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고 바라봤다. 

김경배 사장으로서는 녹록지 않은 험지에 뛰어들게 된 셈이다. 

김 사장은 45세의 젊은 나이에 현대글로비스 수장에 올라 그룹 최연소 CEO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보수적으로 소문난 현대차그룹에서 파격적 승진가도를 달린 것을 보면 오너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짐작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실적으로 응답했다. 취임 첫 해인 2009년 현대글로비스는 매출이 3조 원, 영업이익 1450억 원이었는데 지난해는 매출이 16조3583억 원, 영업이익 7271억 원으로 뛰었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이 곤경에 빠진 현대위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현대위아는 실적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해외판매 부진으로 향후 성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대위아는 사업부문이 자동차부품과 기계로 나뉜다. 자동차부품부문에서는 중국 산둥 공장에서 중형차용 누우엔진을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반조립 형태의 자동차부품도 현대차와 기아차 중국 공장에 수출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86%가 자동차부품부문에서 나왔고 이 가운데 85%는 현대기아차를 통해 벌어들였다. 매출의 73% 정도를 계열사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가 전년보다 무려 31.3% 떨어졌고 기아차는 39.9% 줄면서 현대차보다 타격이 컸다. 올해도 사정은 좋지 않다. 업계는 올해 중국 자동차시장이 역성장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 사장으로서는 기계부문 신규수주 확보 등 사업 다각화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취임 한 달 만인 2월 공작기계 13종을 한꺼번에 시장에 대거 내놓기도 했다. 공작기계시장에서 점유율을 한번에 끌어올리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범용기종으로 오랜 시장 조사를 거쳐 만든 것”이라며 “이번 신제품을 4월까지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국내외 공작기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최대한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배 사장은 수행비서로 출발했다. 10년 간 정주영 명예회장의 말년을 가까이서 보필했고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으로도 일해 의중을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정의선 부회장과도 6세 차이밖에 나지 않아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오너 보좌가 3대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대위아가 현대글로비스 매출규모의 절반도 안되다 보니 이번 인사를 두고 김 사장의 위상이 낮아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간혹 나오기도 했지만 현대위아를 믿고 맡긴 것이 아니겠냐는 시선이 더 많다.

어느 쪽이든 김 사장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