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철도시설공단과 협력 강화로 철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오 사장은 두 기관의 소통을 늘려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려고 하지만 이른바 ‘죽음의 외주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력 강화만으로는 노동자 안전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의 '죽음의 외주화' 손댈까

▲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


8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오영식 사장이 철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철도시설공단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철도시설공단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각 기관 본연의 업무가 있는 만큼 실무협의체 등을 구성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사장은 2월20일 철도공사 서울사옥에서 열린 철도발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작업자의 안전 확보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시행하면서도 철도 안전성과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둘 것이라고 말했다.

오 사장이 철도의 안전성과 공공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만큼 철도시설공단과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철도 노동자의 안전을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소통 부족 문제는 철도노동자가 작업을 하다 재해로 사망하는 사고가 잦아지면서 제기됐다.

2017년 5월 광원대역에서 열차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입환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선로에서 목숨을 잃었고 6월 노량진역에서 선로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9월과 10월에도 사망자 3명이 나왔고 12월 서울시 구로구 온수역에서 일용직 철도노동자가 숨졌다.

철도노조는 끊이지 않는 철도노동자 사망사고를 놓고 “철도건설사와 운영사가 분리돼있는 현재의 철도시스템이 사고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철도시설공단이 선로를 건설한 뒤 일방적으로 시설검증계획을 요청하면 철도공사는 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사고는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사장이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소통 강화에 힘을 쓰는 것은 이런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소통 강화만으로 철도 안전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철도공사의 외주 확대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주업체 직원은 현장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작업을 진행하게 되고 안전교육과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해 업무를 보다가 재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철도공사에서 2011~2015년에 발생한 직원 사망사고 상세현황에 따르면 작업을 하다가 재해로 목숨을 잃은 철도노동자 가운데 76.5%가 용역회사의 지시를 받는 작업자였다.

2017년 사망한 철도노동자 가운데 온수역과 노량진역, 안산역 등에서 사망한 노동자를 포함해 절반 이상의 인원이 일용직 용역회사 직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나와 있는 철도공사 임직원 현황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정규직 임직원을 2만7천 명 선으로 묶어두고 용역 인원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용역 직원은 2012년 4829명에서 2017년 6759명으로 1930명이 증가했다. 정규직원과 비교한 외주 인원의 비율은 23.5%다. 민간기업 간접고용 비율 평균이 10.7%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철도노조는 “2004년 외주화가 시작됐는데 여기서 나오는 안전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철도 정비를 외주용역에 맡기는 것은 국민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행위”라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15일을 전후로 철도시설공단과 협력 강화방안을 가시화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