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김동원 승계 지원 3각축, 권혁웅 이경근 대표 맡아 곁에서 여승주는 그룹에서

▲ 한화생명보험에서 시작된 인사이동이 한화그룹 차원의 승계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생명보험에서 시작된 한화그룹 임원 인사이동이 그룹 승계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8월 한화생명보험에서는 여승주 대표이사가 7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빈자리를 권혁웅 전 한화오션 부회장과 이경근 한화생명 사장이 메웠다. 한화생명이 각자대표 체제로 돌아간 것은 10년 만이다.

◆ 여승주 ‘승계 도우미’ 역할 두 대표이사에게 ‘바통 터치’

여승주 대표는 한화그룹으로 옮겨가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다. 경영지원실은 2018년 해체된 한화그룹 경영전략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이어받은 조직이다. 

한화그룹은 여승주 대표가 실장으로 내정될 당시 그의 역할에 대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보좌해 그룹의 미래비전을 수립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승주 실장은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승계 준비를 도우며 경영 멘토를 맡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를 대신해 취임한 새 대표이사가 김동원 사장의 ‘승계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동원 곁에 또 다른 ‘인수합병 전문가’ 권혁웅

재계는 두 대표이사 가운데 권혁웅 부회장의 역할에 주목했다. 권 부회장은 1985년 한화에너지에 압사해 한화에너지,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오션 등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거쳤다. 

카이스트에서 화학공학 석·박사 학위를 딴 이공계 인사라는 점에서 전임자인 여승주 대표와 공통점이 있다.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여승주 대표가 한화 금융계열사를 거쳐 온 인사라면 권혁웅 대표는 한화 금융계열사에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그의 경험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인수합병 경험이다. 권 대표는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작업과 인수 후 통합(PMI)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승주 대표도 인수합병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력이 있다. 2014년 한화그룹이 삼성 방산·화학 계열사(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 경영기획실 전략팀장으로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승계 연착륙’ 위해선 ‘보험 전문가’ 이경근 실적 뒷받침 필요 

이경근 대표는 보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1991년 한화생명에 입사해 기획실장, 사업지원본부장,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업계에서는 김동원 사장의 낮은 지분(0.03%)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는 등 직접적 경영 승계 지원은 권혁웅 부회장이 할 것으로 예측한다.

승계와 관련된 재계의 관심은 권 부회장에게 쏠려있지만 김동원 사장이 아직 경영능력을 뚜렷이 입증한 적이 없다는 측면에서 보험 전문가인 이경근 대표이사의 책임도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한화생명의 성적을 살펴보면 별도기준 순이익은 2022년 7943억 원, 2023년 6163억 원, 2024년 7206억 원이다. 김동원 사장이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은 2023년 뒤로 이렇다 할 성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흐름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실적 감소가 뚜렷이 나타난다. 한화생명은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1797억 원, 보험손익 1760억 원, 투자손익 149억 원을 기록했다.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8.3%, 35.9%, 85.0% 줄어든 것이다.

생보업계 빅3(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로 묶이는 경쟁 생보사와 비교하면 실적 감소가 더 두드러진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상반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2005억 원, 5853억 원이다. 

올해 한화생명의 빅3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업계는 한화생명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망을 낮춰잡았다. 

홍예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실차(보험사 예상 보험금과 실제 발생 보험금 차이) 악화에 따라 보험손익이 부진한 가운데 투자손익 역시 전년 동기 일회성 요인을 감안하면 감익이 불가피하다”며 “3분기 순이익은 1256억 원으로 컨센서스(시장기대치)를 39.2% 하회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별도기준 3분기 순이익이 1318억 원으로 컨센서스를 22% 하회할 것”이라며 “적자 전환된 담보의 신계약 판매가 이어지며 손실계약비용이 증가하는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