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과 미국의 무역협상 최종 합의 지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공급망 리스크 확대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각 기업들은 연말인사를 예년보다 서둘러 단행하며 조직을 쇄신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올해 연말인사의 흐름과 주요 포인트를 짚어보고, 이러한 변화가 위기 국면을 돌파할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을지 들여다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삼성전자 노태문 포함 '3인 부회장' 체제 복귀하나,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여부 주목
② CJ그룹 이재현 시선 '글로벌'에 꽂혔다, '안정 속 변화'로 성장엔진 고삐 죈다
③ SK그룹 신상필벌 기조 선명해지나, 하이닉스 곽노정·텔레콤 유영상 변화 주목
④ ‘허태수 시대’ GS그룹 실적 부진에 올해 인사 대격변 나올까, 오너4세 후계구도 오리무중
⑤ KB금융 계열사 CEO 절반이 임기만료, 양종희 3년차 인사도 ‘변화’에 방점 찍나
⑥ 구광모 LG그룹 세대교체 단행하나, 오랜 침체 극복할 ‘인재 수혈’에 방점
⑦ 신동빈 변화의 고삐 또 죄나, 롯데그룹 화학·유통 대거 쇄신 가능성 솔솔
⑧ ‘극과 극’ 보여준 신한금융 진옥동, 자회사 CEO 드림팀 향한 신뢰 이어갈까
⑨ 포스코그룹 임원인사 키워드는 ‘안전’, 장인화 지속된 위기 속 고민 깊어진다
⑩ 정부 출범 4개월 공기업 리더십 부재 장기화, ‘통폐합’ ‘조직개편’에 사장 인사 안갯속

[재계인사 스피드업⑥] 구광모 LG그룹 세대교체 단행하나, 오랜 침체 극복할 '인재 수혈'에 방점 찍을 듯

▲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대대적 세대교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그룹이 예년보다 2주 정도 빠른 11월 초에 올해 정기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발표할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대대적 세대교체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정기 인사보다 두 달이나 앞서 LG생활건강의 수장을 전격 교체한 구광모 회장은 미국 관세 등 어려운 사업환경을 적극적으로 돌파할 젊은 인재를 수혈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이 부회장 승진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권봉석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의 2인 부회장 체제의 변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2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 '안정'보다 '변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인사에서 부회장과 사장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던 만큼, 올해는 큰 폭의 인사 교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LG그룹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권봉석 부회장과 신학철 부회장이 모두 자리를 지키면서 ‘2인 부회장단’ 체제가 그대로 유지됐고, 사장단 인사도 최소 폭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 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갈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내외부에서 나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직원들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일시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LG그룹의 실적 침체도 장기화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21년 13조7130억 원에 달했던 LG그룹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4년 5조6480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1~2024년 연평균 25.6%씩 줄어든 것이다. 화학·전지(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 사업 부진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지난 9월  '깜짝 인사'를 통해 로레알 출신의 외부 인사인 이선주 사장을 LG생활건강 대표로 영입하며 반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인사 기조를 고려하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경영진에도 변화가 있을 공산이 커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용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침체기)' 환경 속에서 실적 반등을 이끌고 있다는 공로는 인정받고 있으나, 직원 '구금 사태'의 미숙한 대응에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재계인사 스피드업⑥] 구광모 LG그룹 세대교체 단행하나, 오랜 침체 극복할 '인재 수혈'에 방점 찍을 듯

▲ LG그룹 2026년 임원인사에서 3인 부회장 체제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새로운 부회장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오래전부터 부회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특히 최근 LG전자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조 사장의 향후 거취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LG전자의 실적 부진은 조 사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LG전자의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58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감소했다. 글로벌 가전, TV 수요 둔화와 미국 관세 인상 영향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도 부회장 후보 가운데 하나다.

정 사장이 2023년 11월 LG디스플레이를 이끌기 시작한 이후 회사는 OLED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며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4년 만에 흑자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사장 승진이 유력한 인사로는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가 꼽힌다.

문 대표는 지난 2023년 11월 LG그룹 내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뒤 모바일 카메라 모듈 중심에서 라이다, 로봇 등 신사업으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세대교체와 함께 외부인사 영입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ABC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처럼 변화가 빠른 첨단 분야에서 내부 인력만으로는 전문 지식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G는 지난해 인사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 10명을 영입해 그룹 내 각 분야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각을 접목할 수 있도록 했다.

LG그룹의 2025년 정기 임원인사는 11월21일 발표됐다.

하지만 올해 정기 임원인사는 지난해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일찍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해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구 회장이 주관하는 계열사별 사업 보고도 예년보다 2주 가량 빨리 진행됐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