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애플 스마트폰 가격 인상 불가피, 트럼프 관세에 중국 반사이익 전망

▲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세계 시장에서 스마트폰 가격을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마트폰 25% 관세 예고 후폭풍에 긴장하고 있다.

애플은 미국 스마트폰 시장 1위(시장점유율 약 60%)인만큼 큰 폭의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미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적지만, 가격 민감성이 높은 제품이 많은 데다 비용 흡수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관세가 애플과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관세에서 자유로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스마트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6월 말부터 미국 밖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에 최소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관세 비용 부담이 조 단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애플 아이폰 뿐만 아니라 삼성이나 스마트폰을 해외에서 만드는 기업에도 최소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곳(미국)에서 공장을 지으면 관세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내 스마트폰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관세를 피하기를 어려워진 셈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기술리서치 총괄은 “현재 1199달러(약 165만원) 수준인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면 3500달러(약 482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구상은 사실상 불가능한 환상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관세 부과로 매년 5조 원 이상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5월2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새로운 관세나 기타 주요 변경 사항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관세로 인해 이번 분기에 9억 달러(약 1조2600억 원)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산 수입품 20%, 인도산 수입품 10% 관세를 고려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 점유율이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애플 못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충성 고객층은 가격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한 반면, 삼성전자 주요 스마트폰 고객층은 가격 민감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모델에서는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아 가격을 인상했을 때 줄어드는 판매량 폭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이폰의 평균 판매단가는 903달러(약 120만 원)로 갤럭시(299달러, 약 40만 원)보다 3배 높았다.

삼성전자는 관세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여력도 애플에 비해 떨어진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의 2024년 영업이익률은 9.1%로, 애플의 영업이익률 31.5%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 정부의 관세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애플 스마트폰 가격 인상 불가피, 트럼프 관세에 중국 반사이익 전망

▲ 중국 샤오미가 2025년 4월21일 국내에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포코F7 프로' 이미지. <샤오미코리아>

미국이 부과하는 25% 스마트폰 관세는 미국에 수입되는 제품에만 적용된다. 다만 애플과 삼성전자는 미국 소비자에 모든 관세 부담을 전가하는 대신, 글로벌 공식 출시 가격을 올림으로써 가격 인상 폭을 최대한 줄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 가운데 약 13%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만약 미국 관세 25% 부담을 세계 시장으로 분산한다면, 약 5%의 스마트폰 가격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 샤오미의 미국 내 판매 비중은 0%에 수렴한다.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9%로, 샤오미(14%)와 격차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은 애플, 삼성전자와 달리 중국과 동남아, 인도 등 신흥국을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어 미국 스마트폰 관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최근 중국 기업의 점유율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미국의 관세로 이같은 추세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