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구스가 백화점까지 입점을 확대하며 오프라인 점점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구구스 AK플라자 수원점. <구구스>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이른바 ‘머트발’로 불리는 주요 명품 플랫폼들이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위기로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구구스의 성과는 단연 돋보인다.
구구스는 위탁 판매 중심의 중고 명품 사업 모델을 구축하며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장 확대로 소비자 신뢰도까지 끌어올리며 실적과 평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일 국내 명품 플랫폼 업계 상황을 종합해보면 적자 누적에 따른 재무 불안이 심화하면서 여러 플랫폼의 존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지 오래됐다.
머스트잇은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각각 7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트렌비 역시 같은 기간 각각 32억 원, 29억 원의 손실을 냈다. 발란은 2023년에만 1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2024년 실적은 아예 공시하지 않았다. 발란은 기업회생 절차까지 밟게되며 존폐의 갈림길에 서있다.
반면 구구스는 업계 전반의 부진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구구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70억 원을 기록하며 2019년 감사보고서 공시 이후 매년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영업이익은 2023년보다 14.6% 줄어든 것이지만 경쟁 플랫폼이 수십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상황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이러한 실적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구구스의 절제된 전략과 차별화된 운영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구스는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선을 긋고 있다. 역마진 쿠폰, 적립금 보상 등 단기적 유입을 노린 ‘소모전’ 대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정가 거래 시스템,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고객 응대가 품질과 진정성을 중시하는 충성 고객층을 끌어모은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플랫폼과 가장 대비되는 지점은 중고 명품을 향한 집중 전략이다.
구구스는 중고 명품에 특화된 사업 모델을 구축해 차별화를 꾀했다. 고객이 맡긴 제품을 위탁 방식으로 판매하고 수수료를 취득하는 구조로 재고 부담도 현저히 낮다. 일부 제품은 직접 매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기 브랜드의 스테디셀러나 신상품에 한정돼 있어 재고 리스크가 크지 않다.
특히 구구스는 2022년 이후 인지도 높은 하이엔드 브랜드 중심의 중고 거래 활성화에 주력해왔다. 재고 회전이 빠르고 수요가 꾸준한 브랜드에 집중해 재고 위험을 최소화한 셈이다. 실제 구구스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거래액의 60% 이상이 에르메스와 샤넬, 롤렉스 등 소위 '명품 중에서도 명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브랜드에서 발생했다.

▲ 구구스가 전국 26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구구스 판교역점. <구구스>
이와 달리 대부분의 명품 플랫폼은 오픈마켓 비중이 높고 여기에 일부 직수입을 병행하는 구조다. 특히 명품을 병행수입 형태로 취급하는 경우 가격 변동과 환율, 수요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픈마켓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플랫폼들의 가격 인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플랫폼은 역마진 쿠폰까지 발행해가며 고객 유치에 나서는 실정이다.
실적 안정성에 힘을 보태는 다른 요인은 구구스 신뢰도가 강화돼왔다는 점이다. 구구스는 중고 명품 거래의 핵심인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오프라인 강점을 적극 활용해오고 있다.
구구스는 온라인몰뿐 아니라 전국에 26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고객이 직접 보고, 맡기고, 검증할 수 있는 실물 기반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각 매장에는 오랜 기간 감정 경력을 보유한 전문 감정단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을 ‘신뢰의 접점’으로 활용한 전략이 중고 명품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을 줄이는데 효과적이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구매력 높은 30~50대 고객층 사이에서 구구스가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매장 입지 전략도 더해졌다. 구구스는 서울 청담동·압구정동, 부산 센텀시티역 등 명품 수요가 높은 상권에 매장을 집중 배치했다. 온라인에서 선택한 상품은 이틀 내 인근 매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판매를 원하는 고객도 가까운 매장에서 바로 감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오프라인 중심 전략은 구구스의 고객 유입 경로에서도 차별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주요 명품 플랫폼들이 온라인 마케팅을 통한 트래픽 기반 외형 성장에 주력했다면 구구스는 리뷰, 매장 방문 경험, 기존 고객의 재방문 등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순한 클릭 기반의 유입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 시장의 부진이 길어질수록 과도한 마케팅 지출보다 견고한 수익 구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며 중고 명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구구스가 실속형 소비 트렌드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