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3’(왼쪽)과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 포스터.
tvN 수목드라마 편성 재개로 콘텐츠 공급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 가운데, 하반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기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스타 작가와 초호화 캐스팅을 앞세운 대형 프로젝트들이 라인업을 채우고 있다. 흥행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하며 반격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다.
11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스튜디오드래곤이 실적 반등의 핵심 파트너로 넷플릭스를 낙점했다. 하반기 콘텐츠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넷플릭스를 포함한 여러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유통 채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일 오리지널 시리즈 라인업이 눈에 띈다.
스타 작가 김은숙과 배우 김우빈·수지가 의기투합한 ‘다 이루어질지니’를 비롯해, 전도연과 김고은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자백의 대가’, 이재욱·조보아가 호흡을 맞춘 미스터리 멜로 사극 ‘탄금’, 송혜교와 공유가 출연하는 ‘천천히 강렬하게’ 등이 대표작으로 거론된다.
이들 작품은 장르적 완성도와 흥행성을 두루 갖춘 기대작으로 공개 전부터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배급망을 통해 해외 시청자까지 사로잡겠다는 전략도 분명하다.
실제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제작하는 작품들은 스타성과 수익성을 두루 갖춘 콘텐츠로 분류된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공개 예정인 작품들도 김은숙, 노희경 등 ‘믿고 보는’ 작가들과 송혜교, 공유, 전도연, 김고은씨 등 글로벌 인지도를 지닌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시청률을 넘어 콘텐츠의 브랜드 가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최근 넷플릭스와 송혜교·공유 주연의 드라마 ‘천천히 강렬하게’를 포함한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동맹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계약 규모는 5년간 총 750억 원에 이르며 해당 드라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단독 공개된다. 넷플릭스가 독점 공개 권한을 확보한 단일 드라마 기준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대형 계약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하반기 실적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스튜디오드래곤은 2020년부터 3년 동안 넷플릭스와 독점 공개 계약을 체결하며 총 21편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지난해 스튜디오드래곤 전체 매출의 약 15% 규모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단일 작품으로 이뤄진 대형 계약으로는 2018년 공개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이후 처음이다.

▲ 넷플릭스가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한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해 제작비 전액을 선지급하거나 일부를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 조달 부담 없이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넷플릭스의 대형 오리지널 시리즈는 회당 제작비가 20억 원에서 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 방송사나 일부 OTT 플랫폼은 방영 후 분할 정산, 광고 수익 배분 등으로 제작비 회수에 시간이 걸린다. 반면 넷플릭스는 계약 단계에서 제작비를 선지급하므로 제작사 입장에서는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제작비의 110~120% 수준 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실적 기여도 역시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제작비를 줄이는 ‘내실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부터 일반 드라마 제작비를 평균 10% 낮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20%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한 상태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적 흐름과도 맞물린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영업이익은 2021년 625억 원에서 2022년 585억 원, 2023년 372억 원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2024년 399억 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와의 계약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의 2025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강도 높은 제작비 통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제작 편수를 확대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의 ‘선투자 구조’가 장기적 수익성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넷플릭스가 대규모로 제작비를 투자하는 구조가 늘어나며 완성된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은 대부분 플랫폼 측에 귀속되고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 초기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자체 IP를 통한 2차 판권 수익이나 파생 사업으로의 확장은 제한된다.
대표적 사례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피지컬:100’이다. MBC 소속 PD들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주도하며 국내 예능 최초 글로벌 1위에 오른 화제작이지만, MBC가 실제로 손에 쥔 수익은 10억 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슈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여전히 가장 많은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이라며 “스튜디오드래곤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파트너로서 수많은 국내외 OTT 플랫폼 가운데 넷플릭스를 최우선으로 두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