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인텔 파운드리에 투자도 검토, 트럼프 '반도체 관세' 압박에 묘안 찾나

▲ TSMC가 미국법인에서 첫 이사회를 열고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에 대응할 여러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에 직접 자금을 투자하거나 기술 협력을 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 압박에 대응할 수단으로 인텔에 직접 투자하거나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한다.

미국 정부의 지원이 이를 계기로 TSMC와 인텔에 더욱 집중되며 미국에 공장을 건설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3일 “TSMC 이사회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에 대응할 여러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TSMC 미국법인은 현지시각으로 12일 첫 이사회를 열었다. 1분기 중으로 예정된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의 정식 가동을 앞두고 사업 현황과 전략을 점검한 것이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 TSMC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 계획을 확정하고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서 제조되는 TSMC 반도체에 최고 100% 수입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TSMC가 미국에 생산 설비를 늘리거나 2나노를 비롯한 첨단 미세공정 도입을 앞당기는 것은 대만의 국가 경쟁력과 반도체 원가 경쟁력에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따라서 TSMC도 시설 투자 확대를 제외하고 미국 정부가 납득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응할 효과적 선택지로 꼽힌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미 TSMC에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미국 정부와 함께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 협력도 추진하는 것과 인텔이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텔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제조 기술은 TSMC와 비교해 뒤떨어진다. 반면 패키징 기술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TSMC도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비롯한 고사양 제품에 쓰이는 패키징 설비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던 만큼 인텔과 협업은 두 회사에 ‘윈-윈’이 될 수 있다.
 
TSMC 인텔 파운드리에 투자도 검토, 트럼프 '반도체 관세' 압박에 묘안 찾나

▲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1공장.

인텔이 파운드리 투자 부담과 실적 부진으로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고 있어 고객사 수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도 절실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제조되는 TSMC 반도체는 현지에 패키징 설비가 없어 대만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 패키징을 비롯한 후처리 공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미국 정부가 자국에 완전한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는 만큼 인텔의 미국 패키징 설비가 TSMC 반도체에 활용되는 것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애플을 비롯한 TSMC의 주요 고객사가 인텔과 협업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충분히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트럼프 정부가 TSMC 반도체에 수입관세 부과를 압박하는 배경은 결국 미국의 기술 및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로봇을 비롯한 첨단 산업이나 군사무기에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를 대부분 대만이나 한국에서 수입해야만 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다.

TSMC가 미국에서 인텔 파운드리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트럼프 정부에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수 있다.

디지타임스는 “미국 정부는 자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지름길을 찾고 있다”며 “TSMC는 이를 달성하도록 도와줄 중요한 파트너로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TSMC 사이 논의는 이미 마무리 단계를 향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SMC가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 정식 가동을 시작하며 기념식을 개최한다면 이 자리에서 향후 계획과 관련해 구체적 방안이 제시될 공산이 크다.
 
TSMC 인텔 파운드리에 투자도 검토, 트럼프 '반도체 관세' 압박에 묘안 찾나

▲ 인텔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홍보용 이미지.

올해 초 TSMC가 공장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시점을 돌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 연기한 점도 미국 정부와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TSMC가 미국 정부의 뜻대로 현지 투자를 늘리거나 인텔과 협업을 확대한다면 반도체 보조금 및 세제혜택을 비롯한 지원 계획도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TSMC과 인텔 사이 협업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도 큰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TSMC의 파운드리 사업을 추격하는 동시에 인텔의 추격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정부 지원이 TSMC와 인텔에 집중된다면 텍사스주 테일러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중인 삼성전자는 앞으로의 상황을 더 면밀하게 주시할 수밖에 없다.

디지타임스는 “트럼프 정부가 TSMC에 ‘당근과 채찍’ 전략을 활용하며 전 세계 반도체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