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재난안전의 총괄적 책임은 행정안전부(행안부)에 있다.” 지난 6일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청문회장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한 말이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한 지 7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 재난안전 주무부서의 최고 책임자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공청회가 열리는 1월13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태원참사에 관한 도의적 책임을 묻는 의견이 많아진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지방공공기관 혁신대보고대회에서 웃으며 단상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법적 책임은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 장관에 대해 법적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사 발생 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던
이상민 장관은 최근 청문회에서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사퇴를 밝힐 의사가 없냐는 질문에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무직인 장관의 책임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따르는 게 총리나 장관 자리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이영덕 국무총리는 사의를 표명했다. 2011년 9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전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2014년 세월호참사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도 사고발생 11일 만에 사의를 표했다.
참사 발생 이후 경질로 거취가 결정된 사례도 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일 이원종 서울시장은 경질됐다. 1993년 10월 부안군 위도 일대에서 침몰한 ‘서해 훼리호’ 사건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계익 교통부 장관과 노태섭 해운항만청장을 경질했다. 법적 책임에 따른 조치가 아니었다.
물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능사가 아닐 수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참사 당시 취임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진도 팽목항으로 내려가 유족들의 원망을 들으면서도 136일 동안 현장을 지켰다. 이 전 장관의 노력에 세월호참사 유족들도 마음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 장관은 유족들이 “너 때문이다”라며 울부짖을 때마다 유족들의 손을 잡고 “제 잘못이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위로했다. 이 전 장관은 세월호참사 유족들과 함께 우는 모습을 보여 '울보 장관'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해 유족을 위로하고 사태를 수습한 이주영 전 장관은 2014년 6월 장관으로서 합당한 처신을 하겠다며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와 달리 이 장관은 유족과의 대면조차 피하고 있다.
그는 12일 유족과 생존자들의 말을 듣는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공청회에 불참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유가족 8명과 생존자 2명이 참석하는데 야당이 이 장관과 유족·생존자의 대질을 요구하자 피한 것이다.
앞서 6일 열린 청문회에서도 이 장관의 비슷한 태도는 이어졌다.
청문회에서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난관리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4가지를 말하는데 대응과 복구는 수습이다”라며 “수습을 잘하려면 치유와 회복이 중요한데 유가족하고 간담회를 한 적이 있나”라고 묻자 이 장관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참사가 발생한 지) 70일이 지났는데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하나”고 질타했고 이 장관은 눈을 껌뻑일 뿐이었다.
아직 이태원 참사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이 장관에게도 시간은 남아 있다.
어떤 형태로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폼나는 사퇴’가 가능하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