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삼성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강제하는 법안에 처음으로 찬성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법안 통과 여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에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규모를 놓고 과다하고 지적하자 “자산을 한 회사에 몰아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논의됐지만 당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보험사의 관리비용은 물론 규제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래통합당에서도 특정기업을 노린 법안이라며 반발했고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하지만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민주당에서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6월 보험업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은 위원장도 이에 찬성하는 태도를 보인 만큼 연내에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177석을 차지해 단독으로도 법안을 처리할 수 있고 정부와 여당이 법 개정에 뜻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 미만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현행법은 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회계처리를 시가로 평가하도록 했으나 보험사의 계열사 채권 및 주식취득한도를 산정할 때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실제로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라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린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대규모로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 8.8%를 31일 종가기준 시가로 환산하면 24조 원이 넘는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자산은 309조 원가량으로 3%인 9조2700억여 원을 초과하는 주식은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면 전 사장으로서는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배당금 수입 감소와 삼성전자 지분가치에 해당하는 자산 감소 등이 발생해 실적과 주가, 사업추진에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삼성생명은 2019년 삼성전자로부터 7천억 원이 넘는 배당금수익을 얻었다.
다만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면 당장 현금흐름은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주식 처분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라 5년(최장 7년)에 걸쳐 나눠 매각할 수 있고 그 기간에 삼성전자 주식이라는 우량자산 감소에 따른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
전 사장은 보험업황 악화로 부진한 삼성생명의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은 만큼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