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10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HDC현대산업개발의 재협상 요구와 관련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당초 채권단이 거래 종료일을 12월27일을 늦추자는 데 동의하고 함께 논의해나가겠다는 다소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번 보도자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여론전’을 놓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날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채권단에 공식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구체적 요구조건은 제시하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이 인수 과정에 충실하게 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산업은행은 이를 놓고 공문 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직접 만나자고 응수했다. 예상보다 ‘까칠한’ 답변으로 앞으로 양쪽이 아시아나항공 가격 등 인수조건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신경전을 벌일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특히 원하는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수를 철회하겠다는 정몽규 회장과 매각은 하겠지만 무작정 끌려다니지는 않겠다는 이동걸 회장이 한동안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재협상을 통해 노리는 건 간단하다. 우선 최대한 기존보다 유리한 인수조건을 이끌어내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인수 철회라는 카드를 통해 채권단을 압박할 수도 있다.
실제 인수를 철회하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다. 명분 없는 계약 파기는 정부와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선택하기 쉽지 않은 카드다.
그러나 채권단도 끌려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협상 테이블을 단순히 인수 철회를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만들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협상이 본격화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그룹에 지불해야 하는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 인하를 비롯한 전체 가격 인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직후 이뤄지기로 한 채권단에 대한 차입금 상환 연기, 채권단이 인수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5천억 원의 출자 전환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