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어도 괜찮아. 잠시 행복을 느낄 네 순간들이 있다면. 멈춰서도 괜찮아. 이젠 목적도 모르는 채 달리지 않아. 네가 내뱉는 모든 호흡은 이미 낙원에.”

방탄소년단의 노래 ‘낙원’의 가사다. 지난해 나온 앨범 ‘러브유어셀프 전 티어’에 수록된 곡이다.
 
방시혁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울림, 외부를 향한 분노를 일깨우다

▲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3회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청년 세대를 위로하는 가사를 담아 노래했던 것처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도 26일 서울대학교 졸업식에서 같은 내용을 축사에 담아 연설했다.

방 대표가 서울대 미학과를 나온 어엿한 '선배'이긴 하지만 그가 축사 연사로 선정된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획기적 변화로 여겨졌다. 

그는 축사에서 결연하게 '꼰대'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후배들을 향해 꿈을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인 후배들을 향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충성과 개인의 성공을 위해 살지 말고 자신의 행복을 찾으라고 말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구체적인 꿈 자체가 없다. 그러다 보니 매번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선택했던 것 같다.”

방 대표는 서울대학교 졸업식에서 꿈과 원대한 야망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원대한 꿈, 야망을 쫓아 살라고 말하는 여느 연설과는 달랐다.  

방 대표의 축사 연설 내용이 청년세대들에게 큰 울림을 주면서 높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청년세대들에게 ‘노력을 해라’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청년 개인에게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메시지와는 다른 내용이다. 

그는 졸업생들에게 “나는 사실 큰 그림을 그리는 야망가도 아니고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도 아니다”라며 “내 인생에 있었던 중요한 결정들, 훗날 보면 의미심장해 보이는 순간들이 사실은 별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때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 대표가 원대한 야망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공은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로 불리고 있으며 방시혁 대표는 ‘빌보드가 뽑은 25인의 혁신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역시 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방 대표는 성공의 요인으로 ‘분노’를 꼽았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대충하고 넘기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세와 부조리한 상황을 향해 분노한다. 그의 분노는 ‘외부를 향한 분노’다.  

그는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무사안일’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화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일은 물론, 직접적으로 내 일이 아니어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방 대표가 사회에 첫 발을 디딜 졸업생들에게 ‘분노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흔하지 않다. 그 뿐 아니라 이런 내용의 연설이 청년세대들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은 지금까지 얘기되어 온 분노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청년세대들에게 얘기되어 온 분노와 관련한 ‘바람직한 자세’는 “더 열심히 하라. 스스로 계발하고 노력하라”는 자신을 향한 메시지였다. 

조한혜정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요즘 친구들은 자기계발서를 거의 성경처럼 읽는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주문을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주문을 외운 세대 학생들은 울분을 안 느끼려 애를 쓴다. 강자를 비판적으로 보려고 하지 않고 가능한 한 그 편에 서려고 한다.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며 계속해서 달리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렇게 스스로의 꿈과 미래를 향한 노력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접하고 있는 청년세대들은 방 대표의 연설을 통해 내 앞의 현실과 그리고 현실을 대하는 바로 지금 시점에서 최선의 노력에 집중할 것을 깨닫게 된다. 

방 대표는 “원대한 꿈이 있거나 미래의 큰 그림이 있어서가 아니"고 “지금 내 눈앞에 있고 나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움직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줄곧 얘기해 온 ‘당신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하는 메시지다. 방탄소년단은 이런 내용을 노래를 만들어 ‘러브유어셀프’ 앨범에 담았다. 이 앨범은 기승전결로 4개로 구성됐다. 

“우린 꿈을 남한테서 꿔. 위대해져야 한다 배워. 꿈이 뭐 거창한 거라고. 그냥 아무나 되라고. 뭐가 크건 작건 그냥 너는 너잖어.” 방탄소년단의 곡 ‘낙원’의 일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