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의 출장길을 보면 KB금융그룹의 현안이 보인다. 이번에는 주가다.

5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윤 회장이 4일 미국으로 떠났다가 9일 돌아온다. 이번 출장은 시카고와 보스턴에서 열리는 기업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Who] 윤종규, KB금융지주 대장주 되찾기 위해 미국 가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번 출장은 기업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경기 침체와 가계대출 규제 등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도 분위기 반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윌리엄 블레어 투자은행과 피델리티 운용사 등 주요 투자자와 주주를 직접 만나 KB금융지주의 경영성과와 주요 경영현안, 중장기 전략방향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 은행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점차 악화되면서 윤 회장이 외국인투자자에게 직접 이를 놓고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고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의 대출 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KB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70%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미국인 투자자가 가장 많다.

KB금융지주는 10월 말 신한금융지주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6월 7년여 만에 시가총액에서 신한금융지주를 앞선 지 1년4개월 만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금융 대장주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5일 종가 기준으로는 KB금융지주가 다시 시가총액에서 앞섰지만 신한금융지주와 격차가 1천억 원 수준에 그친다.

KB금융지주는 특히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대장주 자리가 더욱 중요하다.

외국인투자자 등 큰 손들은 대장주를 집중 매수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 역시 업종별 대장주를 편입해 펀드의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주로 쓴다.

KB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들어 유독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침체로 전반적으로 주가 흐름이 매우 부진하지만 KB금융지주의 주가 하락폭은 다른 금융주보다 유난히 컸다.

윤 회장은 7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취임한 뒤 처음으로 해외 기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윤 회장은 12월에는 일본에서도 기업설명회를 연다. 내년에는 유럽에서 연다는 계획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은 과거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부터 여러 차례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국내외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해왔다. 영어와 일본어에 모두 능통해 외국인투자자들과 한층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지난해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는 데 KB금융지주 주가도 역할을 했던 만큼 '금융 대장주'는 윤 회장에게 놓칠 수 없는 타이틀이다. 윤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 뒤 “윤 회장의 연임으로 투자자들이 안도할 수 있게 됐다”며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도 나왔다.

윤 회장은 지난해 KB금융지주가 금융 대장주 자리를 되찾자 정기 조회에서 “KB의 명예 회복이라는 뜻깊은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며 “시가총액 1위는 2년 반 동안 지속된 임직원과 주주들의 노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왔다.

윤 회장은 2014년 회장에 선임된 뒤 지금까지 모두 10차례나 자사주를 매입하며 의지의 신호를 내보냈다. 윤 회장이 보유한 KB금융지주 주식 수는 6월 말 기준으로 1만8천 주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