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는 수관(Hand of the King)이라는 자리가 있다.  

왕의 대리인이자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직책으로 왕을 도와 국가를 경영하는 전문경영인(CEO)에 해당한다.
 
[오늘Who] 박근희, 이재현 뜻 받아 CJ에서 전문경영인 '좌장' 맡다

박근희 CJ 공동대표이사 내정자.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임원인사에서 지주사 CJ의 공동대표로 내정되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수관'으로서 입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23일 CJ그룹은 박근희 부회장의 CJ 공동대표 내정을 놓고 “그룹의 글로벌 생활문화기업 도약을 앞두고 박 부회장의 오랜 경륜과 글로벌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이날 CJ대한통운 부회장에서 자리를 이동해 지주사 CJ 공동대표에 내정됐다. 기존 손경식, 김홍기 공동대표와 함께 CJ에서 3인 공동대표체제를 이루게 된다.

박 부회장은 올해 8월 이재현 회장의 부름을 받아 CJ그룹에 전격 영입됐다.

당시 박 부회장의 영입을 놓고 이채욱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올해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CJ그룹의 대외활동은 지난해까지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과 이채욱 CJ 부회장이 맡아왔다.

그러나 손 회장이 올해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취임하고 이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CJ그룹은 그룹 계열사 CEO들을 이끌어갈 숙련되고 경험 많은 경영인의 존재가 아쉬워졌다.

특히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CJ그룹 인사에서 대대적으로 세대교체를 실시하면서 젊은 경영자들을 전면에 내세웠기에 이들을 이끌 사람이 필요했다.

박 부회장이 애초 그룹 지주사인 CJ가 아니라 CJ대한통운의 부회장으로 영입된 것은 기존에 CJ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던 이채욱 부회장 ‘예우’ 차원으로 해석됐다. 이후 적당한 시기에 CJ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는데 이런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박 부회장은 공동대표지만 사실상 단독대표나 크게 다름없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경식 회장은 고령인 데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김홍기 대표는 올해 3월 CJ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박 부회장은 ‘젊은’ 김홍기 대표와 사수-부사수 방식으로 짝을 이뤄 CJ 공동대표 역할을 수행하고 최은석 경영총괄 총괄부사장 등이 이를 보좌하면서 CJ그룹의 실질적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박근희, 이재현 뜻 받아 CJ에서 전문경영인 '좌장' 맡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 부회장은 지주사 CJ뿐 아니라 CJ그룹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젊은 CEO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며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회장은 가난한 농촌 집안에서 태어나 지방대를 졸업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최고의 지위에 올라서도 솔선수범했으며 성실하고 긍정적 태도를 주변에 자연스럽게 전파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

박 부회장은 “사장이 의전에 신경 쓰면 회사가 망한다”고 말하고 현장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CJ그룹의 글로벌사업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절인 2000년대 중국삼성 대표를 맡아 현지화 전략으로 삼성전자가 중국시장에서 도약하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은 적 있다.

CJ그룹은 최근 미국 쉬완스컴퍼니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등 이재현 회장의 경영목표인 ‘그레이드 CJ’, ‘월드 베스트 CJ’에 맞춰 글로벌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부회장의 경험이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

박 부회장이 재무 전문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 부회장은 2002년 당시 삼성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으로서 ‘카드 대란’을 예상하고 ‘삼성카드 양적 팽창 중단 보고서’를 냈다. 이 덕분에 삼성카드는 카드 대란 당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인수합병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침없는 ‘몸집 키우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데 박 부회장은 CJ그룹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박 부회장을 영입하기 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직접 의사를 타진했기에 CJ그룹과 삼성그룹과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박 부회장 스스로도 앞으로 삼성과 CJ그룹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