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동산정책을 통해 민주당의 존재감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책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보다 눈에 덜 띈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 대표의 취임 이후 부동산정책을 선도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주택 공급 확대를 앞서 제안하는 등 부동산 정책분야에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내놓은 9.13 부동산대책과 후속 조치인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방안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이 대표가 앞서 제안했던 의견들이 곳곳에 반영돼 있다.
9.13 부동산대책은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을 전반적으로 높이고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추가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표가 8월30일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주택 3채 이상을 보유했거나 초고가 주택을 소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대로다.
기획재정부가 8월 말 국회에 낸 세법 개정안에 이미 종부세 세율을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이 대표가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실제 정책에도 반영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수도권의 주택물량이 충분하다던 기존의 태도를 바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방안에 택지 개발을 통한 30만 호 규모의 주택 공급계획을 담았다.
이 대표가 9월 초에 “세제 등의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점과 연결된다.
이 대표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민주당의 태도를 제시하고 정부와 청와대에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나 ‘규제혁신 5법’ 등을 추진할 때 정부와 청와대에서 제시한 의견을 뒤따르는 모습을 주로 보여왔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 대표가 토지공개념과 지방분권 등 부동산정책과 연관된 분야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부동산정책에서 그와 민주당의 존재감을 더욱 강하게 키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토지공개념은 정부가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토지 보유와 처분 등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 대표는 1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토지공개념의 현실화를 주장했다. 9.13 부동산대책의 발표를 이틀 앞두고 새로운 부동산정책 기조를 꺼내든 셈이다.
9.13 부동산대책에 토지공개념과 직접 연관된 정책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정부가 상황에 따라 후속 대책을 내놓을 방침을 세운 만큼 토지공개념의 현실화 논의도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이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지자체 예산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공공기관 122곳의 지방 이전과 중앙정부 사무의 지방 이양 등을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와 지방의 부동산시장 침체를 지방분권 정책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복안을 제시한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부동산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 가운데 하나인 만큼 이 분야를 선도하면 국정 전반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쉽다”며 “이 대표가 앞으로도 부동산정책의 이슈 선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시장이 9.13 대책에도 불구하고 계속 교란된다면 더욱 강력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몇 가지 구상도 있다”며 “시장 상황에 걸맞은 정책을 (앞으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