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일찌감치 남북 경제협력 관련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면서 북한에서 기회를 찾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길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롯데그룹 CEO가 동행하지 못하면서 롯데그룹의 아쉬움이 더욱 커지게 됐다.
 
평양에 자리 없는 신동빈, 대북사업 준비 많이 한 롯데 '씁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9일 업계에 따르면 남북 경제협력 기대감으로 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롯데그룹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재계 서열 5위지만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정상회담 방문길에 동참하지 못했다.  

롯데그룹은 북한이 열리면 제일 먼저 수혜를 볼 식음료 유통, 관광사업에 강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문 대통령의 방북길에 동행한다면 관련 사업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이번에 실현되지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식품과 관광사업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관계자가 문 대통령의 방북길에 동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며 “하지만 신 회장의 구속수감 등으로 롯데그룹 관계자가 이번에 동행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내용이 현실화한다면 롯데그룹도 대북사업에 힘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들어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자 유통업계에서 드물게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롯데그룹은 올해 6월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 부사장이 태스크포스장을 맡고 롯데그룹 식품BU, 유통BU, 화학BU, 호텔BU의 임원들과 롯데미래전략 연구소장, 롯데지주 CSV(공유가치창출팀) 등 모두 8명이 참여하는 북방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대북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북한이 식량난을 겪고 있는 만큼 식품과 기초적 플라스틱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각 BU의 임원들이 총출동해 북방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이유다.  

문 대통령이 4월 판문점 선언 등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역점과제로 추진해왔던 만큼 롯데그룹도 이런 기조에 적극적으로 발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조금이라도 열리면 그동안 대북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해왔던 기업이 먼저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롯데그룹은 그동안 북한과 끈을 놓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된다면 롯데그룹의 식음료가 다시 유통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는 2002년부터 2014년까지 개성공단에 초코파이, 칠성사이다 등 롯데 제품을 판매해왔다.

롯데그룹은 1995년에도 북방사업추진본부를 설립하고 1997년 북한 무역회사와 손잡은 뒤 평양 인근에 초코파이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비록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하면서 이 계획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당시 롯데그룹이 남북협력 사업자로 승인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롯데그룹은 관광사업에서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롯데그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호텔을 지어 운영하고 중국에서는 선양 롯데월드를 중심으로 주거, 쇼핑, 관광단지를 대규모로 건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향후 북한-중국-러시아를 아우르는 관광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남북 경제협력이 가시화하지 않은 만큼 상황을 두고 보고 있다"며 "대북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사업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