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검찰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직 부원장이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사채업자와 공모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전직 부원장 박모씨는 1982년에 금감원에 입사해 조사실장, 공시심사실장, 자산운용감독국장, 증권감독국장, 시장공시담당 부원장보, 금융투자업서비스본부 부원장 등 요직을 두루 지냈고 2008년 퇴직했다.
검찰은 박씨가 금감원에서 근무할 때 얻은 지식을 범행에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직 금감원 부원장이라는 점이 박씨의 범행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이에 앞서 8월 말에는 금감원 직원들이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국장급과 팀장급을 포함해 금감원 직원 5명은 장모나 처형 등 타인 명의의 계좌로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돈으로 주식 거래를 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팀장급 간부 2명이 직무와 관련 있는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수억 원을 빌린 뒤 이 가운데 일부를 갚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금감원 임직원은 단순한 법률 준수를 넘어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금감원이 ‘반민반관’의 성격을 띠고 있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금감원은 ‘금융 경찰’로 불리면서 정부조직처럼 많은 권한을 지니고 있지만 정부 부처의 공무원처럼 엄격한 통제를 받지는 않는다.
윤석헌 원장은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금융법규를 집행하는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청렴함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내부 규율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감원 임직원 행동강령을 보면 금감원장부터 부서장(국장 및 실장)까지는 직무수행과 상관 없이 주식 거래 자체가 완전히 금지돼 있다.
부서장 아래 직원도 분기 10회 이상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고 주식 거래가 있을 때는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투자금액도 직전년도 근로소득의 50%를 초과할 수 없다.
올해부터는 가상화폐 거래도 금지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감사원으로부터 다수의 채용비리 사례가 적발돼 ‘비리의 진원지’라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금감원도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에 힘을 쏟고 있기는 하다.
7월부터 학자금·경조비 등 복리후생비는 물론 퇴직금, 업무추진비, 임원들의 해외출장경비 명세까지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임직원 징계 현황도 공개된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전현직 임직원들의 비리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금감원의 이런 자정 노력도 빛이 바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 결정이 유예되고 2019년에 정해지는 상황에서 잇단 비리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금감원에서 부정부패 사례가 잇따르면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2018년1월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공공기관 수준으로 경영정보를 공시하고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으로부터 경영평가를 받도록 했다.
금감원은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 등을 이유로 2009년에 제외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