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스피커를 포함한 여러 인공지능 기반 전자제품에 자체 기술로 개발한 시스템반도체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스마트폰 등 제한된 영역에 그쳤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수요처가 인공지능분야로 확대되며 경쟁력을 재평가받고 성장동력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박람회 MWC상하이에서 전시장을 마련하고 글로벌 고객사들에 인공지능 스피커 전용 시스템반도체 솔루션을 선보였다.
인공지능 스피커 솔루션은 삼성전자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프로세서와 전력칩, 이미지센서 등 반도체와 보안 기술이 통합돼 고객사의 인공지능 스피커 개발을 돕는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반도체 개발 능력을 앞세워 급성장하는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츠 홈페이지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은 2024년까지 연 평균 20%의 성장률을 보여 300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대규모 반도체 수요처가 새로 열리는 셈이다.
올해 처음으로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을 출시한 애플과 이른 시일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시장 성장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8월9일 갤럭시노트9 출시행사 또는 9월 세계가전박람회(IFA)에서 자체 브랜드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처음으로 공개한 뒤 세계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구글과 아마존, 한국의 SK텔레콤과 네이버 등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의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반도체를 앞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인공지능 스피커는 대부분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받아들이고 서버와 정보를 주고받는 데 그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기술을 활용하면 대부분의 기능을 스피커에 탑재된 전용 프로세서의 자체 연산으로 동작해 성능과 활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출시하는 스마트폰과 가전 등 모든 기기에 인공지능을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앞으로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관련 기능을 위한 반도체가 적용될 공산이 크다.
▲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스피커용 반도체 솔루션.
그동안 스마트폰 이외 분야로 영역을 넓히기 어려웠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적용분야를 다양한 인공지능 관련 제품으로 확대할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기반 스피커와 가전에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의 경쟁력을 증명한다면 직접 출시하는 제품뿐 아니라 외부 고객사의 제품에도 적극적으로 공급을 추진할 수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에서 대부분의 실적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 의존해 왔다. 시스템반도체시장에 경쟁업체보다 진출이 늦어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관련 기기로 시스템반도체의 활용분야를 확대하면 기술력을 재평가받을 계기를 마련하며 다른 제조사에도 공급을 확대해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기술은 향후 스마트폰과 자동차 전장부품, 사물인터넷 기기 등의 경쟁력에 모두 핵심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연구개발에 점점 더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