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석유·화학 프로젝트 입찰에서 현지화 요건을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무역진흥공사(코트라)는 25일 ‘사우디 IKTVA, 아랍에미리트 ICV 제도 도입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IKTVA(In-Kingdom Total Value Add)제도와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 애드녹의 ICV(In-Country Value)제도가 주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앞으로 두 나라가 현지화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코트라 “건설사 중동수주 확대 위해 현지화정책 대비 서둘러야 ”

▲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석유·화학 프로젝트 입찰시 현지화 요건을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 ‘UAE 비전 2021’을 통해 탈석유와 경제 다각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동안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재정 압박이 심해져 현지화정책을 확대·강화했다.

현지화정책의 주관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 애드녹이다.

현지화정책은 자국 프로젝트에 참가하려는 해외 기업에 채용이나 조달, 생산 등 현지 진출 조건을 부과함으로써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 육성 효과를 거두려는 정책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부터 IKTVA 제도를 시행중인데 채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람코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IKTVA 제도에 참여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는 2018년 ICV 제도를 도입했다. 현지화 정책 가운데 산업육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애드녹과 사업을 추진하는 모든 회사는 ICV 실적을 발표하고 매년 검증을 받아야 한다.

아람코는 앞으로 10년 동안 4140억 달러, 애드녹은 앞으로 5년 동안 1090억 달러의 석유산업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중동에서 수주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두 국가가 현지화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한국 기업의 석유 프로젝트 진출에 새로운 진입 장벽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은 현지화 수준이 낮은 데다 단기간 안에 현지화 수준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진흥공사가 건설사 등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한 47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6월11일~7월19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진출 기업의 61%,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기업의 68%가 현지 사업금액 기준 현지화 달성도 30% 미만이었다. 

설문조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현지인 채용(30%)에 이어 현지 생산(29%)을 고려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한 기업들은 현지 생산(17%)보다는 현지 채용(30%), 현지 조달(30%)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복지 수준이 높은 산유국에서 현지인 채용은 고임금과 저효율로 이어질 수 있고 생산시설 설립도 3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파악했다.

2020년까지 현지인 채용 70%를 목표로 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ICV 최고득점을 받은 회사에 가격 관련 우선협상권을 주는 아랍에미리트의 수주전에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는 셈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단기적으로 현지화 산식에 대한 이해와 재무시스템 개선, 현지화 증빙 확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아랍에미리트 ICV 증명서 발급 지정 회계법인 가운데 하나인 언스트앤영 관계자는 “현지화 점수 산정작업의 효율화와 재무제표 신뢰성 제고를 위해 현지화한 재무 시스템과 자율적 외부감사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수 파트너사를 확보하고 엔지니어링 센터를 설립하는 등 현지인 엔지니어 육성을 통해 적극적 현지 진출 기반을 확보하고 한국 인력의 현지 취업과 연결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권용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동지역본부장은 “산유국 프로젝트시장 진출을 지속하기 위해 나라별 조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Make with 중동’ 전략이 필요하다”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현지 정책 내용을 공유하고 유명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킹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