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전쟁'을 벌이면서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을 집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론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공세에 직면한 처지에 놓였지만 단기적으로는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대체하며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의 마이크론 압박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


미국 CNBC는 4일 "마이크론이 중국과 미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의 한가운데에 옴짝달싹 못하고 갇혀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대만 반도체기업 UMC는 중국 법원에서 UMC가 마이크론과 진행 중인 반도체 특허 침해 소송과 관련해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제품 일부를 중국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예비 금지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과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무역분쟁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한편 중국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이크론에 불리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반면 UMC는 중국 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UMC는 과거 마이크론의 반도체 관련기술 유출을 주도해 중국에서 D램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로 지난해 마이크론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적도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D램 가격담합 혐의로 조사하면서 마이크론에 반도체 기술을 중국 기업과 공유하라는 요구를 대놓고 하기도 했다.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이 2015년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도 있다. 일련의 사례들을 놓고 보면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마이크론의 반도체 전체 매출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품의 판매가 금지된다면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마이크론이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국가에 발을 들여놓기 어렵게 된 셈"이라며 "마이크론은 정식으로 법원 명령을 전달받을 때까지 함구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조치는 마이크론과 함께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시장을 대부분 과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에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전자업체들이 아직 메모리반도체를 사실상 해외기업에 완전히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공급하던 물량을 대체할 만한 수급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도 빠르게 해소되고 있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도 쉬워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의 마이크론 압박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물론 마이크론이 사업 불확실성에 반응해 시설 투자계획을 축소하며 버티기 전략을 펼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반도체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업황 악화 우려도 덜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놓고 "중국 정부의 목적과 전략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기업들에 100%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놨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분쟁에서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단순히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고 마이크론이 결국 중국에 반도체기술을 반강제적으로 빼앗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중국 기업으로 인수가 무산된 뒤에도 중국 반도체기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기술협력을 요구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압박을 강화해 협상에 개입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도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 화살이 언제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돌아올 수 있다"며 "면밀한 상황 판단과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