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스포츠, 아시안게임 출전하지만 편견과 싸움은 계속

▲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5월31일 발표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습. <한국e스포츠협회>

우리나라 e스포츠 선수들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e스포츠계가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e스포츠가 정당한 대접을 받기까지 편견의 벽도 여전히 높아 보인다.  

6일 e스포츠계에 따르면 2018년 아시안게임 e스포츠부문에 참가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명단이 5월31일 최종 확정됐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2017년 8월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대한체육회의 강화된 인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제명당하며 시작된 소동은 대한체육회가 이번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에 한정하여 인증 기준을 완화하고 대전광역시 체육회가 한국e스포츠협회 대전지회의 가입 신청을 받아들이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한체육회가 인증 기준을 완화해 준 것은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가입을 계기로 계속 올림픽이나 대형 스포츠 축제의 출전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4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중국의 알리스포츠의 파트너십 계약에 따르면 e스포츠는 이번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종목으로 채택됐다. 

문제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이번 대한체육회 가입이 2018년 아시안게임을 위한 ‘임시’라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 지위는 2018년까지 임시로 부여된 것”이라며 “임시기간이 끝나면 다시 제명 상태로 돌아가고 다시 준회원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9개 이상의 시·도 체육회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의 가입탈퇴규정 제5조 1항4호는 준회원단체의 가입요건에 ‘9개 이상의 시·도 종목단체가 해당 시·도 체육회에 가입되어 있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e스포츠 선수들이 각종 대형 국제 스포츠대회에 안정적으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정식으로 조건을 만족시키고 대한체육회에 가입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와 지방 시·도체육회는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인증 기준을 강화하기 전 한국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의 가입단체였다”며 “대한체육회는 예전부터 e스포츠를 ‘스포츠’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광역시체육회 관계자 역시 “e스포츠협회가 규정을 만족하기만 한다면 가입을 받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들의 인식이다. 인터넷 사용에 능숙하고 게임을 즐기는 데 거리낌이 없는 젊은 세대와 달리 기성세대는 아직까지 게임과 관련해 저항감을 보이고 있다.

2017년 SK텔레콤이 조사한 ‘게임에 대한 오해와 편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절반은 ‘게임을 하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응답자의 70%가 ‘게임은 중독성이 강하다’고 대답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우리 협회는 e스포츠를 ‘스포츠’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의견도 존중한다”며 “이런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는 추세다.

국제e스포츠 단체들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e스포츠가 출전 종목으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IOC 정상회의에서 “e스포츠의 경쟁요소를 스포츠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e스포츠 선수들 역시 다른 종목과 비슷한 강도로 준비하고 훈련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세계 유명 e스포츠대회를 휩쓰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출전 팀 전원이 우리나라 선수들로 채워진 곳도 있다. e스포츠 팬들에게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그 어떤 한류 아이돌보다 영향력있는 존재다. 

e스포츠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 프로게임팀들의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가고 있다”며 “게임과 e스포츠를 향한 편견 때문에 e스포츠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시선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