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선 대표이사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코웨이에 심고자 하는 것은 이런 유연함과 상상력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기업 스스로 잘하는 일에 혁신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코웨이가 렌탈사업으로 쌓은 빅데이터를 자양분으로 삼아 인공지능회사와 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올해 주력제품으로 의류청정기를 꼽고 있다. 코웨이의 의류청정기 'FWSS(Fresh Wear Styling System)'는 최근 판매를 시작했으며 조만간 렌탈로도 확대한다.
의류청정기는 LG전자가 ‘트롬 스타일러’로 가장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코웨이는 여기에 기능을 한층 강화한 만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코웨이는 의류청정기에 공기청정기 기능을 결합해 옷에 묻은 먼지와 냄새뿐 아니라 옷이 보관된 주변 공간의 공기 질도 관리하도록 만들었다. 올해 초 세계 최대의 전자기술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이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황사 등 환경 이슈가 대두되면서 의류 관리와 공기 관리를 모두 원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멀티형 제품을 착안한 것"이라며 "두 기능을 통합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코웨이는 미국 아마존의 인공지능(AI) 플랫폼 '알렉사'와 협업한 미래형 의류청정기도 개발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도 소개됐는데 의류청정기 앞에 서면 알렉사가 알아서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 준다.
이 대표는 "가전시장은 소비자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저 판이 바뀌고 있다"며 이처럼 인공지능을 접목한 제품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는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는 일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4차산업혁명의 특징이 '개방성과 연결성'인 만큼 아마존과 협업처럼 개방된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렌탈사업에 따른 고객 관리로 얻는 사용자 정보를 코웨이의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구글과 아마존 등 인공지능 선도기업과 협력하면 앞으로 계속 변화할 가전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웨이는 지난해 알렉사와 연동된 공기청정기 '에어 메가'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공기청정기 매출이 전년보다 288% 늘었다. 올해는 필터 등 소모품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문해주는 시스템이 도입된 공기청정기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사용자의 소변을 분석해 체지방·체수분 등을 측정해 주는 '스마트 비데', 수면 센서가 코골이 등을 감지하고 목과 어깨에 부드러운 자극을 주는 ‘스마트 베드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해선 대표는 강연을 통해 "시장을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면 작은 회사, 작은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넓고 크게 그리고 자세히 들여보는 자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다양한 업종을 거치면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춘 경영자로 알러졌다. CJ제일제당 공동대표이사, CJ오쇼핑 대표이사,아모페퍼시픽 마케팅 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아모레퍼시픽에 있을 때 '이니스프리' 브랜드 이름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는 여러 업계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일상적 '빅데이터 통찰력'과 상상력을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이 대표는 코웨이에서 현장을 돌며 자주 앉았다 일어서다 보니 정장 바지가 자꾸 터지자 제일모직에 '원단이 최고급이어도 시대에 동떨어지는 옷이고 현대의 생활 스타일에 맞게 옷도 바뀌어야 한다'는 메일을 여러 통 보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정장이 사라져가는 이유는 비활동성이 원인인 만큼 활동성을 강화한 정장을 만들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코웨이에 취임한지 햇수로는 3년째지만 만으로 따지면 1년 반이 됐다. 그는 2016년 11월 코웨이가 '니켈 얼음정수기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취임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코웨이는 충격을 완전히 회복했다.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거뒀을 뿐아니라 역대 1분기 최대의 렌탈 판매량을 냈다. 1분기 기준으로 국내 렌탈계정수는 578만 계정으로 업계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올해 한 인터뷰에서 1년 동안의 경영활동에 스스로 점수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자 84점, 학점으로는 B- 수준이라고 대답했다.
이 대표는 "아직까진 성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산업구조의 틀이 바뀌는 상황에서 혁신적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