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상무가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공익법인 이사장 자리도 이어받을까.
구 전 회장은 LG연암문화재단, LG연암학원,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구 전 회장의 타계로 이사장은 공석이 됐고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구 상무가 이사장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 네 곳 공익법인의 이사장은 그룹 총수가 맡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1969년 설립돼 가장 역사가 오래된 연암문화재단은 구인회 창업주가 설립해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하지만 설립 직후 구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 1970년 구자경 명예회장이 이사장에 올랐다.
구본무 전 회장은 2016년 이사장 자리를 넘겨받았다.
연암학원과 복지재단은 구자경 명예회장이 설립해 초대 이사장을 역임하다가
구본무 전 회장이 2대 이사장에 올랐다. 상록재단은 1997년
구본무 전 회장이 설립해 이사장을 맡아왔다.
네 곳의 공익법인에서 오너 3대 외에 다른 인물이 이사장에 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구 상무의 이사장 취임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특히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은 그룹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LG연암문화재단은 지주회사 LG 지분을 0.33% 보유하고 있고 LG연암학원은 무려 2.13%나 들고 있다.
구 상무의 지분이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 공익법인이 보유한 지분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구 상무의 LG 지분은 6.24%로 구본준 부회장의 7.72%보다 적다. 구 전 회장의 지분 11.28%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속세 납부를 고려하면 지분 전량을 그대로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대기업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도구로 공익법인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구 상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공익법인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6월에 조사 결과와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재선임을 선택한 점ㅇ느 구 상무의 선택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이어 구 상무까지 공익법인 이사장 자리에 오르면 이를 계기로 재계에서 오너 후계자에게 공익법인 승계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이나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남촌재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사장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등이 오너 승계 가능성이 큰 공익법인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