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가 저물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만 해도 3곳에서 총수가 바뀌었거나 조만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회사를 직접 세우고 일군 창업세대가 끝나고 회사를 물려받아 외연확대를 이끈 2~3세의 시대도 끝나면서 재계에 젊은 총수의 시대가 곧 열린다.
 
이재용 정의선 구광모 정기선, 젊은 총수 시대가 열린다

▲  구광모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LG그룹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국내 주요 그룹에서 세대교체 기조가 뚜렷하다.

LG그룹에서는 23년 만에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중심으로 4세 경영 시대가 열린다. 구 회장이 1995년 회장에 취임한 지 23년 만이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6월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광모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구 상무가 LG의 사내이사가 되면 곧바로 구 상무를 중심으로 경영체계가 꾸려질 수도 있다. 구 상무는 1978년생인데 갓 40대에 접어든 총수가 탄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최근 국내 주요 그룹에서 젊은 총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공식적으로 삼성그룹 총수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으로 자리에 누운 뒤 삼성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총괄해 왔으나 지분을 물려받지 않았고 부회장 직함도 유지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 등 삼성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한 실질적 총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삼성그룹 동일인을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30여 년 만에 삼성그룹 총수가 바뀌며 '이재용 시대'가 열렸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셈이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도 세대교체 움직임이 뚜렷하다. 

정몽구 회장이 회사에 종종 출근하지만 그룹 안팎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2016년 말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 뒤 현재까지 해외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7년과 올해 초 열린 시무식에도 2년 연속 불참했다.

같은 기간 정 부회장은 중국, 미국, 유럽 등 기존의 주요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도 직접 챙겼다. 지난해 추석연휴가 있던 10월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꼬박 해외 출장에 나섰을 정도다.
 
이재용 정의선 구광모 정기선, 젊은 총수 시대가 열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 부회장은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생각을 거침없이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말을 아꼈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새로운 젊은 총수를 준비하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1982년생으로 아직 30대다. 아직 직함은 부사장이지만 오너일가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중공업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3월 말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확보하며 3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재입사한 뒤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이사장이 1988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30년 가까이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됐지만 정 부사장의 등장으로 사실상 다시 오너경영으로 복귀했다.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양대 축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역시 각각 1968년생, 1972년 생으로 40대다.

아직 이명희 회장이 건재하지만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경영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정 총괄사장이 아버지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20%가량을 증여받으며 한동안 잠잠했던 지분 승계에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에서도 조만간 40대 총수가 등장할 수도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불거진 갑횡포와 비리의혹 등으로 퇴진 압박을 안팎에서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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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1976년생이다. 대한항공이 2017년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데다 조 사장을 놓고 직원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은 만큼 조 회장이 물러난 뒤 조 사장이 총수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그러나 조 사장 역시 총수 승계를 장담하기엔 이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의 뿌리가 잘못된 세습경영에 있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전반을 향한 사회적 비난을 볼 때 조 사장 역시 앞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화그룹에서도 세대교체를 앞두고 경영수업이 절정에 오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2011년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그 뒤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초고속으로 승진해 현재 그룹의 새 성장동력인 태양광사업을 도맡고 있다. 김 전무는 1983년생이다.

재계에서 3~4세 세대교체 기조가 뚜렷한 만큼이나 경영승계를 둘러싼 사회적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LG그룹 구광모 상무의 경영권 승계만 해도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양자로 입적까지 해가며 장자 승계를 고수하는 점을 놓고 부정적 여론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대한항공 오너일가 갑횡포 논란을 계기로 재계에서도 경영능력이나 자질을 놓고 안팎의 검증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