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대표는 CJ그룹 안에서 구원투수로 통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열사에 투입돼 실적을 개선하는 ‘해결사’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 5월부터 CJ오쇼핑을 이끌었는데 이전까지 뒷걸음질하고 있던 CJ오쇼핑을 성장세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김성수 대표는 2011년부터 CJE&M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단독 대표이사를 맡은 건 2015년부터다. 한 회사에서 대표이사 자리를 오래 지킨 만큼 지난해부터 꾸준히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시너지를 내려면 TV홈쇼핑과 영화, 방송 등 다양한 사업부문을 아울러야 하는데 김성수 대표는 경력이 방송부문에만 특화돼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누가 대표를 맡든 통합법인의 당위성을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CJ오쇼핑과 CJE&M은 1월 중순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미디어와 커머스를 합쳐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글로벌시장에서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CJ오쇼핑과 CJE&M의 사업역량을 모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회사가 그동안 전혀 다른 사업을 해온 만큼 시너지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J오쇼핑은 벌어들인 현금이 CJE&M의 사업 확대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두 회사 주가도 합병 발표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합병이 발표된 날 CJ오쇼핑 종가는 25만5천 원이었는데 그 뒤로 21만~23만 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CJE&M 주가도 4달 동안 8만~9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합병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CJ오쇼핑과 CJE&M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는 점을 보면 최근 주가 흐름은 답답하기만 하다.
CJ오쇼핑은 10일 CJENM이라는 이름을 발표하며 최고의 콘텐츠 역량과 상품기획 역량을 갖춘 CJE&M과 CJ오쇼핑이 결합해 국내 최초의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커머스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 리더로서 세계에 이름을 알려 온 CJE&M과 발음이 유사해 기존의 브랜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