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왜 갑자기 자진사임을 선택했을까?
최근까지도 권 회장은 사퇴 가능성을 강한 어조로 부인해왔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 물러나기로 결정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권 회장은 3월31일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CEO와 관련해 여러 말이 나오고 있지만 포스코가 건전한 활동을 이어가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개인적으로 (회장에서) 내려가라 마라 하는 사안을 정상적 절차를 밟지 않고 요구하는 것은 무례하며 도리가 아니다"는 말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퇴 요구에 불쾌감까지 보였다.
그러던 그가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변화"를 들며 사임했다.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할 수밖에 없다.
권 회장이 포스코그룹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포스코는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도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권 회장이 경영 성과와 관련해 물러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 회장은 2017년 7월 문 대통령이 주요 기업인과 호프미팅을 개최한 자리에 참석했지만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방문에 동행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권 회장이 문재인 정부로부터 무언의 사퇴 압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을 보면서 권 회장이 심리적 부담을 크게 느꼈을 수도 있다.
현재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MBC PD수첩은 3월 포스코가 자원외교 비리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을 방영했다. 권 회장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졌을 것이다.
권 회장이 연구원 출신으로서 이례적으로 회장에 선임될 수 있었던 것은 최순실씨의 입김 덕분이라는 의혹도 권 회장이 사퇴를 결심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단체 시민옴부즈맨공동체는 이와 관련해 2017년 12월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물론 포스코는 정권 압력설이나 비리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이 피로가 누적돼 휴식이 필요하다고 의사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며 건강 문제를 사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소문은 더 무성해지고 있다. 권 회장이 개인적 스캔들 때문에 사임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권 회장의 거취 논란이 불거지자 포스코 내부에서 청와대로 투서가 쏟아졌다고 한다. 권 회장과 관련된 투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선택하겠다.” 권 회장이 이사회에 사의를 전하며 했던 말이다.
권 회장이 지키고 싶었던 명예는 경영자로서의 명예일까, 개인적 명예일까. 권 회장의 뒷모습에 수많은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