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8-04-15 09: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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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시장의 성장 정체를 이겨내는 LG전자의 전략은 기본에 충실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성능 경쟁을 벌이는 대신 기존 모델들의 제품 수명을 길게 가져가는 롱테일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 LG전자가 10일 서울 마곡 사이언스파크에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에서 현판식을 열었다. (왼쪽부터) 김형정 OS개발담당 전무, 이석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센터장,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황정환 MC사업본부장 부사장, 하정욱 단말사업부장 전무, 김영수 MC연구소장 전무.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과 관련해 '믿고 오래 쓰는 LG 스마트폰'이라는 표현을 자주한다. 새 제품 출시과 마케팅으로 확보한 '반짝인기'에 편승해 판매량을 늘리기보다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 오래 함께 가는 충성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고객들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광고용 페이스북 페이지에 ‘CEO 현장을 뛴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스마트폰 업그레이드센터 현판식 현장을 소개했다. 조 부회장은 광고에 직접 출연해 “믿고 오래 쓸 수 있는 LG스마트폰을 만들겠다”, “항상 새 폰처럼 최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센터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후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별도로 구성한 연구개발 조직으로 고객 소통과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기능별 소프트웨어 및 보안기능 업데이트 등을 전담한다. 원격 지원 시스템도 갖췄다.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해 별도의 상설조직을 구축해 운영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 일이다. 그만큼 LG전자가 사후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LG전자는 이미 기존 스마트폰 모델 사용자들이 최신 스마트폰 기능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가령 지난해 말 출시한 ‘V30’ 구매자들은 업데이트를 통해 최신 운영체제를 설치하거나 인공지능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LG전자가 새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줄고 있는 만큼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큰 비용을 들이기보다 이미 시장에 내놨던 제품의 수명을 최대한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음을 보여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기존에 출시된 스마트폰의 판매를 늘려 수입원을 다양화하는 ‘롱테일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롱테일 전략은 주목받지 못하는 80%의 비주류 상품이 상위 20%의 상품보다 더 많은 매출을 내는 현상을 의미한다.
롱테일 전략은 오랜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마트폰사업의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올해 1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적 적자는 2조원이 넘는다. 생산비용을 줄이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신제품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벌이기가 어렵다.
LG전자는 지난해 내놨던 ‘G6’나 ‘V30’이 품질 및 성능 측면에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만큼 사후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해가면 충분히 소비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롱테일 전략은 적자폭 축소라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맡은 LG전자 MC사업본부의 2018년 1분기 영업손실은 1000억원 중반대로 추정된다. 2017년 4분기 영업손실 2132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조 부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플랫폼은 오래 끌고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대신 소프트웨어나 어플리케이션,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형태가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