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이틀째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아리따움과 에뛰드하우스 제품에서 중금속이 과다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이다.
 
[오늘Who] 서경배의 한숨, 아모레퍼시픽 신뢰의 공든 탑 흔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해 들어 계속 마음이 편치 못하다.

지난해 LG생활건강에 3년 만에 화장품업계 1위를 빼앗겼는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의 독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중금속 과다 검출은 앞서 나열된 일련의 일보다 더욱 무겁다.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사외이사 논란이나 업계 1위 다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신뢰를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소비자의 얼굴에 직접 닿는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에게 고객의 신뢰를 쌓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중금속이 과다 검출된 제품은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30여 개에 이르는 브랜드 가운데 단 2개의 브랜드, 단 6종의 제품에 그친다.

그러나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이 쌓아놓은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다. 특히 중금속이 아리따움과 에뛰드하우스 등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저가’ 브랜드 제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놓고 더욱 분노하는 소비자도 많다.

서경배 회장도 이번 일의 심각함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아모레퍼시픽은 20일 입장자료를 내고 “고객에 불편과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며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데 실망을 안겨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서 회장은 베테랑이다. 1987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화장품사업을 놓고 한 우물만 팠다.

과거 아모레퍼시픽이 비슷한 일을 겪기도 했다. 2016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에서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며 긴급히 회수에 들어갔다.

아모레퍼시픽은 곧바로 심상배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냈지만 서 회장은 그 뒤 소비자들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번에 여러 기업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먼저 공식사과문을 내고 재빠른 대응에 나선 이유도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서 회장이 최근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옮기고 주요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는 등 절치부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브랜드들이 최근 미국과 호주, 중동 등 그동안 국내 화장품업계가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불모지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서 회장이 미국과 유럽 등 예전부터 진출하기 희망했던 국가에 진출하는 데 공을 들이면서 국내 소비자는 소홀히 한다는 차가운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서 회장이 그동안 쌓은 위기관리능력을 그 어느 때보다 발휘해야 할 시기인 셈이다. 

서 회장은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1997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 대표에 올랐다. 그 뒤 ‘문어발식’ 경영을 버리고 화장품사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20년 동안 매출은 10배, 영업이익은 20배로 키워냈다.

서 회장은 화장품회사 회장답게 상품이 출시되기 전에 신제품 대부분을 직접 써보기도 한다. 스스로 “마스카라만 빼놓고 다 써 봤다”며 “사용 후 제품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비재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는 피할 수 없는 고민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