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左) 대현'과 '우(右) 주영’.
금호타이어와 한국GM의 구조조정의 양 축인 이대현 KDB산업은행 수석부행장과 성주영 부행장은 이렇게 불린다.
이들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았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발표할 때 이들은 밤새 불이 밝혀진 KDB산업은행에서 구조조정 틀을 짜고 그림자처럼 이 회장을 보좌했다.
금호타이어는 이 수석부행장이 맡고 있다. 현재 금호타이어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총괄하고 금호타이어의 향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국GM은 성 부행장이 쥐고 있다. 기업구조조정부문장으로서 한국GM 태스크포스팀 총괄이다.
이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과 KDB생명 매각을 뒤로 미뤘다. 금호타이어와 한국GM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다른 현안을 제치고 두 기업의 구조조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이 수석부행장과 성 부행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이 수석부행장은 특히 입이 바짝 말라간다.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 여부가 30일에 사실상 결정되는데 아직도 노조와 채권단의 갈등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회장이 19일 광주까지 내려가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몸소' 움직이고 있지만 실무 총괄인 이 수석부행장은 살얼음판 같은 진행상황에 속이 더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2일 금호타이어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중국 더블스타가 참여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공개했을 때도 이 수석부행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당시 이 수석부행장은 이동걸 회장이 간담회에 나오지 않은 점을 지적받자 “내가 금호타이어 문제를 계속 챙겨왔고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망설였지만 처음으로 당당하게 밝혔고 구조조정에 관한 산업은행의 자신감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 수석부행장은 2016년 9월 수석부행장으로 선임됐고 이동걸 회장이 취임한 뒤인 2017년 말 임원인사에서 자리를 지켰다. 2017년 12월 금호타이어 태스크포스팀을 총괄하게 됐다.
산업은행이 이 수석부행장에게 금호타이어 태스크포스팀을 맡긴 것은 이례적 일로 꼽혔다. 동시에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문제 해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됐다.
기업구조조정부문장인 성 부행장 대신 산업은행의 2인자인 이 수석부행장이 금호타이어 태스크포스팀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만 봐도 사안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석부행장이 기업금융, 국제금융, 정책기획 등 여러 분야를 경험해 당시 매각에 실패했던 금호타이어의 정상화 해법을 찾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할 여러 방법을 찾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며 “이 수석부행장이 태스크포스팀을 맡은 것은 문제를 신속하면서도 제대로 해결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 수석부행장이 2015년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도 지금의 금호타이어 매각방안을 이끌어내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태스크포스팀에는 인수합병팀이 포함됐다. 더블스타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을 짜낸 것도 이들이다.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인수합병에 종종 쓰이는 전략이다.
성 부행장은 기업구조조정부문장으로서 그동안 STX조선해양 등 다른 회사들의 구조조정 업무도 맡아 왔지만 문제가 크게 터진 한국GM에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는 2월 말에 구성된 한국GM 태스크포스팀을 맡아 한국GM의 경영실사와 GM 본사 관계자들과 실무 협상 등을 직접 챙기고 있다.
최근 한국GM의 실사가 시작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부담은 여전히 크다. GM 본사에서 실사자료 제출 등을 제대로 협조할지 불확실하고 산업은행의 책임 논란도 거세다.
▲ 성주영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겸 기업구조조정부문 부행장. |
하지만 성 부행장이 산업은행의 요직들을 거치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업무를 완수해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
성 부행장은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장과 기업구조조정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두 분야의 연계성을 감안하면 산업은행에서 진행하는 기업구조조정의 팔다리를 함께 맡고 있는 셈이다.
2015년 1월 부행장으로 선임된 뒤 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흔치 않은 사례다. 산업은행이 부행장 체제로 바뀐 뒤 4년 동안 일한 인사는 임경택 전 부행장과 성 부행장 둘뿐이다.
성 부행장은 인수합병, 국제금융, 투자금융 등을 거치면서 대한해운의 인수금융 주선 등 굵직한 업무를 수행했다. 강한 친화력과 대외업무능력을 바탕으로 홍보실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홍기택 전 회장 시절에는 창조기술금융을 맡았고 이 회장의 직전 회장인 이동걸 전 회장 시절에는 기업금융을 총괄하는 등 경영진 교체 때마다 눈에 띄는 분야를 맡은 끝에 핵심인 기업구조조정도 겸임하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