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인 구본상 전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한 채 측면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데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 대표이사가 7일 갑작스럽게 교체된 것은 LIG넥스원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LIG넥스원은 6일 경기도 판교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김지찬 부사장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됐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28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오른 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된다.
현재 LIG넥스원 경영을 이끌고 있는 권희원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는 애초 2019년 3월25일까지였다.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권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을 LIG넥스원의 실적 부진과 연결지어 보는 시각이 방산업계에 넓게 자리잡고 있다.
LIG넥스원은 2017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7613억 원, 영업이익 43억 원을 냈다. 2016년보다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95.1% 급감했다.
LIG넥스원은 2015년 하반기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그 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2016년에 이어 2017년까지 2년 연속으로 실적이 후퇴하면서 성장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8일 LIG넥스원 주가는 4만5500원으로 장을 마쳤는데 2016년 초 13만 원까지 올랐던 때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LIG넥스원 실적이 후퇴하는 시기와 맞물려 최고경영자(CEO)들도 교체됐다.
방산업계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혔던 이효구 전 LIG넥스원 대표이사 부회장이 2016년 말 자리에서 물러난 데 이어 후임자였던 권희원 사장까지 1년3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LIG넥스원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LIG그룹의 지주회사인 LIG가 46.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이 LIG 지분을 56.2%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을 감안할 때 LIG넥스원 대표이사 교체에 구 전 부회장의 의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구 전 부회장이 2016년 10월 말에 출소한 지 한 달여 만인 2016년 12월 이효구 부회장이 전격 퇴진했을 때도 구 전 부회장의 의중이 인사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업계 안팎에서 돌았다.
▲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권희원 사장은 LG전자에서 LCDTV사업부 부사장과 HE사업본부 본부장, LG전자 사장 등을 맡은 경력이 있어 LIG넥스원의 실적을 반등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장거리 레이더사업 중단 등에 따른 영향을 받아 실적 감소세를 막지 못했다.
구 전 부회장이 실적 반등의 기회를 잡기 위해 대표이사 교체라는 카드를 연달아 꺼내 들고 있다고 방산업계는 바라본다.
구 전 부회장이 오너기업인으로서 과거처럼 공동대표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표이사 교체밖에 마땅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구 전 부회장은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2021년 10월까지 LIG넥스원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 다만 구 전 부회장은 가끔 LIG넥스원 판교센터에 들려 경영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희원 사장의 뒤를 잇는 김지찬 새 대표이사 내정자가 해외사업 판로를 뚫는 데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지만 LIG넥스원의 사업구조를 놓고 볼 때 앞길이 녹록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국내 방위산업 규모는 국방예산 책정으로 애초 한정돼 있어 국내 물량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결국 답을 해외에서 찾아야 하는 셈인데 LIG넥스원은 유도무기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전시상황이 아니라면 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어나지 않아 단번에 대규모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수주산업이라는 특성상 한 해의 실적을 당장 최고경영자의 책임으로 묻기 어려운 구조”라며 “권 사장께서 이미 설 즈음에 이사회에 건강상 이유로 더 이상 대표이사를 맡지 못하겠다는 뜻을 보여 교체인사가 실시된 것일뿐 실적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