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중국 한한령 완화에도 반등의 기미를 안 보인다.
양현석 대표로서는 마음이 급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JYP엔터테인먼트에 시가총액 기준으로 업계 2위 자리를 내준 지 한 달이 넘었는데 갈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위상을 다시 회복하려면 간판가수인 빅뱅의 공백을 메울 방도를 찾는 일이 급선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 멤버들의 군 입대가 이어지면서 후발주자 격인 ‘아이콘’과 ‘위너’에 시선이 쏠린다.
위너는 3월 새 앨범으로 돌아온다. 양현석 대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더 완벽하게 준비 중”이라는 글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아이콘은 1월 복귀했는데 출발이 좋다. 신곡 ‘사랑을 했다’가 이날로 33일째 멜론 음원차트에서 정상을 지키고 있다. 2008년 빅뱅의 ‘마지막인사’ 이후 아이돌그룹으로서는 10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아이콘은 전통적으로 음원에 강한 YG엔터테인먼트에서 ‘돌연변이’가 나온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음원시장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엔 기세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씨는 최근 아이콘의 멤버 바비에게 “YG엔터테인먼트 시가총액이 JYP엔터테인먼트에 밀렸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좋지 않냐”며 아이콘의 상승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바비는 “사장님(양 대표)도 관심이 없으시다가 요즘은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살짝 피곤한 부분이 있지만 사랑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
단순히 웃어 넘기기는 힘든 농담으로 보인다. 1월 양현석 대표는 회사가 상장한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JYP엔터테인먼트에 시가총액이 밀리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다시 성장성을 증명하려면 아이콘과 위너의 성공이 절실할 수 밖에 없다.
앙 대표에게 최근 들어 YG엔터테인먼트의 고민거리는 줄을 잇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출의 절반을 내는 빅뱅이 향후 2~3년은 군 입대로 그룹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수년 전부터 예고된 빈 자리지만 메울 방도를 아직도 찾지 못했다.
아이콘이 이번에 기대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긴 해도 매출과 인지도 측면에서 빅뱅과 비교하기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아이콘은 일본 활동에 집중한 탓에 국내 활동이 활발하지 못해 국내 팬덤이 취약하다. 아이돌그룹은 팬덤 크기가 매출과 직결되는데 아이콘과 위너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팬덤을 모으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 대표는 탑과 쿠시 등 소속 아티스트들이 마약 관련 구설에 잇따라 오르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약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양 대표가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위해 손 댄 신사업들도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다. YG플러스를 비롯한 자회사 9개 가운데 6곳이 아직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야심차게 추진 중인 콘텐츠사업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양 대표는 영상 편집실만 40개 갖춘 500평 규모의 사무실을 여는 등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콘텐츠 제작사업을 가장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방영을 시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믹스나인’은 시청률 0%대로 초라한 종영을 했다. '프로듀스101'을 제작한 한동철 PD가 만들어 기대를 모은 것을 감안하면 참담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양 대표가 직접 전국의 기획사를 찾아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콘셉트인데 초점이 지나치게 그의 심사에 맞춰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아이콘이 출연한 6부작 예능 프로그램 '교칙위반 수학여행'도 0%대 시청률에서 지난해 12월 끝이 났다.
다만 올해 1월 새로 내놓은 예능 ‘착하게 살자’는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 방영 전에는 범죄자 미화 가능성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방송이 시작되면서 호평을 얻고 시청률 3% 안팎에서 순항 중이다.
하반기에는 넷플릭스와 함께 리얼 예능 시트콤 ‘YG전자’도 세계 190개 국에 공급한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YG엔터테인먼트는 빅뱅 공백에 따른 구조적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아이콘과 위너, 블랙핑크 등 아티스트들의 성장과 콘텐츠 제작사업은 여전히 기회"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