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2-23 15: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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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에 인적쇄신 바람이 몰아칠까?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을 중기 과제로 잡아놓고 있는데 대우건설 경영진을 물갈이해 조직쇄신 의지를 보일 가능성도 떠오른다.
▲ 송문선 대우건설 대표이사.
23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해외사업 관련 조직을 더욱 슬림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8월 이미 조직규모를 축소하는 데 중점을 둔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당시 매각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추진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새 주인을 찾기 전 조직의 군살을 빼는 데 초점을 맞춰 인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업부문을 토목과 건축, 주택, 해외토건, 플랜트부문 등 5개 부문으로 세분화했지만 지난해 8월 실시한 조직 통폐합에 따라 현재 사업부문은 토목과 주택건축, 플랜트 등 3부문으로만 구성돼있다.
해외사업부를 토목과 주택건축, 플랜트사업본부 등에 분산해 수주와 시공,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각 사업본부에서 관리하는 방안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국내사업과 해외사업으로 나누는 것보다 각 사업본부가 해외 현지 사업장의 특성에 맞는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방안이 더 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3천억 원가량의 손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탓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쳤던 매각절차가 무산되자 해외사업쪽에 책임을 묻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대우건설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을 주인으로 맞은 뒤 2010년과 2013년, 2016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모두 네 차례나 대규모 손실을 낸 사업부가 모두 해외 관련 부서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매각을 위해서라도 조직쇄신 폭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건설이 산업은행 체제 아래서 사실상 주인없는 회사로 경영되면서 해외사업 관련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이미 2012~2014년 사이 모두 한번씩 대규모 부실을 한꺼번에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빅배스를 실시한 뒤 해외사업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대부분 오너경영인이 존재하는 대기업의 건설계열사라는 점이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는 데 한몫 했다”고 말했다.
▲ 대우건설 본사.
이 관계자는 “하지만 대우건설은 딱히 눈치를 봐야할 지배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탓에 내부 부실을 미리 감지해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됐다”며 “관련 조직을 쇄신할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이 무너진 조직체계를 바로세우기 위해 대우건설 내부기강을 다잡을 수 있는 인물로 경영진을 교체해 조직쇄신에 나설 수 있다.
현재 대우건설을 이끌고 있는 송문선 대표이사는 산업은행에서만 30년 이상 일하며 부행장까지 오르고 은퇴한 뒤 지난해 1월 대우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현업에 복귀했다.
송 대표는 지난해 8월 박창민 전 사장의 사임 이후 임시로 경영을 맡는 차원에서 대표이사를 맡았다. 송 대표의 이력상 건설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보다 대우건설을 시장에서 최대한 매력있는 매물로 만드는 작업에 주력하기 위해 산업은행이 배치한 인사로 여겨졌다.
하지만 매각이 미뤄진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송 대표를 교체하고 건설업 이해도가 높은 새 사람을 수장에 발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미 대우건설에 경영 개선방안 제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개선방안을 취합한 뒤 이를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인사에게 경영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새 경영진이 꾸려지면 부실가능성이 높은 조직들을 서둘러 통폐합할 가능성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