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모처럼 생긴 이익잉여금을 어디에 쓸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자본잠식 상태의 해결과 2년 동안 하지 못했던 배당금 지급 등 이익잉여금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어렵게 낸 순이익으로 모처럼 배당할까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살림살이를 종합해본 결과 순이익 541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덕분에 결손금이라는 악몽을 벗고 이익잉여금을 쌓게 됐다. 

이익잉여금이란 회사가 영업활동이나 고정자산 처분 등 손익거래를 통해 누적된 순이익들 가운데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거나 자본으로 대체되지 않고 남아있는 자본항목을 말한다. 

한화투자증권은 2016년에 1608억 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내면서 2015년 말 1290억 원 규모였던 이익잉여금이 2016년 말에 320억 원 결손금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541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올린 만큼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이 221억 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 

권 사장은 쌓인 이익잉여금으로 2016년부터 시작된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됐다. 다만 자본잠식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이번 소액의 이익잉여금으로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2016년 9월 일반공모 방식으로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당시 주가가 낮아 신주 발행가가 액면가 5천 원보다 낮은 2245원에서 결정되면서 거액의 주식할인발행차금이 발생했다. 액면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발행돼야 주식발행초과금이 나오고 그보다 낮으면 주식할인발행차금이 생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주식할인발행차금이 1390억 원 규모로 쌓여있다. 주식할인발행차금 등이 포함된 자본조정 항목이 자본잉여금 277억 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872억 원, 이익잉여금 106억 원을 다 합친 금액을 넘어서면서 자본금을 갉아먹고 있다. 

자본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자본조정,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회계기준상 주식할인발행차금은 상대계정인 주식발행초과금과 우선 상계하고 그래도 잔액이 남으면 이익잉여금의 처분으로 없앨 수 있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은 주식발행초과금이 없고 2016년에 이익잉여금은커녕 결손금이 났기 때문에 이를 보전할 길이 없었다. 

권 사장은 이익잉여금으로 2년 동안 지급하지 못했던 배당을 결정할 수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2014년 60억 원 규모의 배당을 끝으로 주주에게 배당을 하지 못했다. 2015년 주가연계증권(ELS)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그 해 바로 적자로 전환했고 2016년에는 순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12배나 커졌다. 

이익잉여금을 어디에 쓸지 처분하는 결정은 정기주주총회 3주 전에 열리는 이사회 결의에서 이뤄진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24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는데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개최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은 만큼 이익잉여금 처분이 어떻게 될지 결정된 바는 없다”며 “회사가 정상화 과정에 있는 만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