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놓고 노조를 설득하는 데 성과를 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차 잠정합의안을 내놨는데 노조 입장보다 회사 입장이 더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 찬반투표에서 새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강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로서 입지도 단단해질 수 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 입지 다지나, 노조 임단협 투표가 고비

▲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박근태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은 8일 노조 소식지 중앙쟁대위에서 “잠정합의안이 부족하지만 우선 조합원들의 비판을 감수하고 난 뒤 다음을 준비하자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며 “회사가 협상 전제조건으로 상여금 분할문제를 내걸었는데 이 조건을 수용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가기에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6·2017년 임금과 단체협약교섭에서 7일 자정에 가까워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상여금 분할 지급과 성과급 지급 규모를 놓고 평행선을 달려왔는데 1차 잠정합의안과 크게 바뀌지 않았다. 

노사는 1차 잠정합의안처럼 이번에도 짝수달마다 지급되던 상여금을 매달 나눠 지급해 2018년도 최저임금 규제를 지키기로 합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는 호봉승급분이 인상되고 20시간분의 자기계발비가 주어지므로 상여금을 분할 지급하지 않아도 조합원 임금이 최저임금법에 걸리지 않는다”며 “2019년 최저임금이 얼마나 오를지, 최저임금 산입법위에 상여금이 포함될지 등에 따라 2019년부터 상여금 분할 지급 규정이 진짜 핵심적 논쟁거리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도 임금협상의 쟁점이었던 성과급 지급비율도 97%로 유지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성과급 지급비율이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의 성과급 지급비율인 341~450%보다 훨씬 적다며 반발해왔다. 

다만 노사는 유상증자에 따른 우리사주 청약대출금 1년치 이자비용을 유상증자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현금으로 일시에 지급하기로 했다.

또 직원 생활안정 지원금도 조합원마다 20만 원씩 주기로 합의했다. 청약대출금 이자비용과 직원 생활안정 지원금을 합치면 모두 60만 원 정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성과급 지급비율은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노조와 약속한 계산법이 있어서 바꿀 수가 없다”며 “현대중공업만 60만 원 정도를 더 받는 것인데 이만큼 더 받아도 여전히 다른 분할회사보다 성과급은 적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유연근무조항을 단체협약에 새로 넣는 것은 철회하고 해고자 복직, 분사 거부자 부서 재배치 등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임금부문에서는 노조가 양보하되 단체협약과 현안문제에서 회사가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역 여론과 하청회사들이 현대중공업 노조에게 임단협에서 한 발 물러설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며 “노조도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노조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일반적으로 잠정합의안 내용이 크게 바뀌는 일도 드물다”고 말했다. 

강환구 사장에게 노사 임단협은 무거운 과제였는데 이 문제를 매듭짓게 될지 주목된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 입지 다지나, 노조 임단협 투표가 고비

▲ 박근태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강 사장이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대를 모았던 만큼 이번에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단독 대표이사로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은 9일 총회를 열고 2차 잠정합의안과 관련해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부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가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부결을 주장하는 조합원은 상여금 분할 지급 문제에서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가결을 요구하는 조합원은 2차 잠정합의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앞으로 상황이 더 나아지기 어렵다고 바라본다.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가결되지 못하면 임단협도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 강 사장이 올해 3년치 임단협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셈이다. 

강 사장은 노사 임단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말 울산 작업장을 찾아 조합원을 만나기도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강 사장은 회사와 노조 간 감정의 골이 패이면서 당초 정기적으로 조합원을 만나려고 했던 계획까지 물러야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