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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조산업 임원들이 2일 부산 사고종합상황실에서 사고자 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
사조산업이 원양어선 침몰사고라는 악재에 휩싸였다.
사망자 1명이 발생했고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조산업 창사 이래 선원 사망사고는 처음인데 큰 사고에 늑장대응으로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조산업은 3분기에 수익성을 개선하며 흑자전환했는데 원양어업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조산업의 1753톤급 명태트롤선 501오룡호가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하다 침몰했다.
오룡호에 한국인 11명을 비롯해 모두 60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8명만 구조됐다. 구조된 선원 가운데 한국인 선원 1명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사조산업은 베링해 인근에서 조업중인 선박을 동원해 밤샘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실종자를 더 찾지 못했다. 사고해역에 초속 15m를 넘나드는 강풍과 4m 높이의 파도가 일고 있어 수색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정수 사조산업 사장은 “실종된 선원 가족들과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큰 책임을 느끼고 실종 선원 수색과 구조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조산업은 부산사무소에 사고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사고자 가족들에게 사고 경위와 수색상황 등을 설명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임채옥 사조산업 이사는 “악천후로 명태를 보관하는 선창에 바닷물이 유입됐다가 빠져나가면서 명태가 배수구를 막아 내부가 침수된 것으로 보인다”고 침몰 이유를 설명했다.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들은 악천후에 무리하게 조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임 이사는 “바다 상황은 현장에 있는 선장이 판단해 조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사조산업이 할당된 어획량을 다 채운 뒤에도 추가로 조업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관련 서류와 기록을 검토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가족들은 또 배가 기울기 시작하고 침몰할 때까지 4시간 이상 여유가 있었는데 사조산업이 퇴선명령을 제때 하지 않아 참사가 났다고 주장했다. 501오룡호가 노후해 사고가 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501오룡호는 1978년 스페인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사조산업이 2010년 인수했다. 2003년 리모델링으로 낡은 시설 등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501오룡호는 2010년 인수 당시 러시아선급 검사에서 합격했고 올해 한국선급 검사도 합격했다.
501오룡호는 사조산업이 보유한 유일한 원양 명태트롤선이다. 사조산업은 지난해까지 명태트롤선 2척을 운용했으나 러시아 명태쿼터(조업량) 축소로 현재 501오룡호 한 척만을 명태어획에 투입하고 있다. 501오룡호 사고로 사조산업 원양어업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조산업의 원양어업 사업은 3분기에 사조산업 사업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사조산업은 3분기 누적영업이익이 44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22.4% 증가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원양어업 사업은 2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사조산업이 러시아 베링해에 명태잡이 어선을 보낸 것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명태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동해의 명태 어획량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줄었다. 과도한 명태 어획으로 명태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동해의 명태 어획량은 1970년대 7만 톤에서 1990년대 6천 톤, 2000년대 중반 이후 1~2톤 수준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러시아로부터 명태쿼터 4만 톤을 확보해 러시아 해역에서 명태 어획을 하고 있다. 사고 당시 인근 해역에 한국 국적의 명태 어선이 총 5척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