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특유의 정면돌파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압박을 헤쳐나가며 연임을 향해 가고 있다.
김 회장은 위기의 순간마다 승부수를 던지는 경영스타일을 보였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금융감독원이 회장 선임절차를 미뤄달라는 권고를 했음에도 일정을 예정대로 강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15~16일 이틀에 거쳐 후보들의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15일 김 회장을 포함한 7명의 후보자들의 면접을 한꺼번에 진행했다.
또 이날 예정대로 최종 후보자 명단(숏리스트)을 확정해 발표하는 한편 최종 후보 역시 변동없이 22일 선임한다.
김 회장은 정면돌파를 통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회장에 선임되고 나면 금융당국도 이를 돌이킬 방법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우회하거나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회장이 노조와 밤샘 토론을 벌인 뒤 조기통합을 이룬 일은 김 회장의 '뚝심 경영'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하나금융은 5년 동안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내용의 ‘2.17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은행의 수익성을 하루 빨리 강화해야 한다며 2014년 7월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합병을 선택했다.
당시 김 회장은 홀로 외환은행 노조 간부 세 명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왜 지금 통합을 해야 하는지, 하나금융의 비전은 무엇인지를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조기합병을 하더라도 구조조정은 절대 안 한다, 인간
김정태를 믿어달라”면서도 “외환은행 이름을 통합은행명에 넣고 통합 뒤에도 기존 외환은행 노조의 노조협상권을 유지한다는 것까지는 약속하지만 추가적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대응했다.
결국 김 회장은 조기통합을 결정한지 1년 만에 외환은행 노조와 통합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 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이 비자금 의혹에 휩싸여 2014년 초 하나금융 고문에서 물러났을 때에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해 친정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금융당국과 맞서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만큼 김 회장이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을 관리, 감독하고 여러 사안을 승인해주는 기관인 만큼 당국과 각을 세우는 일은 앞으로 경영 행보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각오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2009년 12월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지 한 달 만에 결국 사퇴했을 때에도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혀 결국 찍혀나간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KB금융에 회장선임 절차를 서두르지 말라고 권고했음에도 강정원 전 행장이 KB금융 회장으로 내정되자 금감원은 KB금융에 예정된 종합검사를 한 달 앞당겨 강도 높은 사전검사를 실시했다.
당시 금감원이 평소보다 3배 넘는 인력을 투입해 KB금융의 사외이사 비리 의혹은 물론 강정원 전 행장의 운전기사와 차량운행일지까지 조사한 것을 두고 감독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중도사퇴 역시 금융당국의 눈밖에 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사례로 꼽힌다.
이정환 전 이사장은 1년6개월 동안 금융당국의 압박을 버티다 2009년 10월에 사퇴했을 때 직원들에게 고별 서신을 통해 “취임 이후 금융당국으로부터 직간접적 사퇴 압력을 많이 받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