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 1월7일 미국에서 출시행사를 열고 마이크로LED 기반 '더월'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받는 마이크로LED 기반의 TV 시제품을 공개하며 사업 확대 가능성을 자신했다.
하지만 기술적 제약과 사업성을 볼 때 현실적으로 이른 시일에 시장에서 실제 판매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2일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 TV는 CES2018에서 가장 기술력을 주목받은 제품 가운데 하나”라며 “하지만 이른 시일에 출시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IT전시회 CES2018에서 마이크로LED 기반의 TV를 최초로 선보였다. 작은 크기의 화면 여러 개를 모듈 형태로 조립해 146인치 크기의 대형TV로 만들어낸 것이다.
마이크로LED는 화질과 전력효율, 생산비용 등 대부분의 측면에서 기존 LCD와 올레드를 뛰어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지만 기술장벽도 높다.
삼성전자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마이크로LED의 상용화 가능성을 전 세계에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한 셈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로LED에서 올해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며 “상업용과 가정용으로 모두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번에 선보인 시제품을 놓고 업계의 평가는 냉정하다.
포브스는 “디스플레이 사이 연결부분이 눈에 띄고 화질도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상업용 디스플레이 이외 분야에서 이른 시일에 상용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도 CES2018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로LED는 엄청난 비용이 들고 생산성도 낮아 아직 시기상조”라며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일본 소니는 이미 2012년 마이크로LED 기반 패널을 공개했고 지난해 초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제품도 공개했다. 하지만 실제 사업화에 나서는 데는 아직 고전하고 있다.
마이크로LED는 최대 수천만 개의 초소형 LED칩을 패널에 부착해야 해 부품원가와 생산에 걸리는 시간, 수율 측면에서 단기간에 의미있는 수준의 개선을 이루기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LED를 시장에서 기존 LCD와 올레드TV를 대체할 기술로 앞세우기까지는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마이크로LED 제품은 우선 주문생산 방식으로 제한적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며 “가격은 시장에 처음 도입되는 신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해 매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인 마이크로LED TV도 삼성전자와 협력한 대만 LED업체의 기술을 일부 활용해 개발된 만큼 자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소니에 이어 일본 재팬디스플레이와 대만 홍하이그룹, 애플 등 글로벌 대형 IT기업들이 일제히 마이크로LED 기술의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시장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하다.
▲ 삼성전자가 2012년 최초로 선보였던 올레드TV. |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 TV가 적기에 수요와 가격 등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과거 삼성전자 올레드TV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3년 올레드TV를 정식으로 내놓고 판매에 나섰지만 LCDTV보다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약 2년 만에 출시계획을 완전히 철회했다.
전자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시장조사기관 IHS 분석을 인용해 “일반 소비자 대상의 마이크로LED TV 상용화는 최소 4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모바일기기 등 소형 패널에서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는 수년 전부터 이어온 꾸준한 노력으로 올레드TV의 화질과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강화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마이크로LED가 설 자리도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올레드TV의 시장확대에 위기감을 느끼고 출시가능성이 아직 불투명한 마이크로LED TV를 앞세워 기술우위를 증명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