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구, 현대중공업 '정기선 시대' 위해 노사갈등 해결 서두를까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

현대중공업에 정몽준 최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현대중공업 단독대표를 맡은 강환구 사장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

신규수주 확대를 통해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가도를 닦아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도 장기화되고 있는 노사갈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강환구 사장이 현대중공업 단독대표를 맡으면서 노사갈등 해결을 위환 전환점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지만 노사관계가 평행선을 달려 신규수주 회복 만큼이나 노사갈등 해소가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단협(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이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는데 새 노조위원장에 강성인 박근태 후보가 선출돼 원만한 협상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본교섭은 새 집행부가 들어서는 12월부터 진행하겠지만 실무진들이 교섭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노조 집행부는 현대중공업 신규수주가 회복세를 보이는 점을 들어 더 강하게 회사를 압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수주가 늘긴 했지만 실제 실적에 반영되는 데는 2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현대미포조선 대표 때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이끈 공로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이번에 권오갑 부회장이 지주사 대표이사로 옮겨가고 강 사장이 단독대표를 맡으면서 노사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오롯이 홀로 짊어지게 됐다.

신규수주가 회복되는 만큼 노사관계 정상화도 더욱 중요해졌다. 노사갈등이 자칫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 선주들이 노조 파업으로 선박을 제때 인도받지 못할 상황을 걱정해 발주를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사장으로서는 정기선 부사장이 현대중공업 경영의 전면에 등장한 만큼 노조의 거센 공세를 무디게 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노동조합은 지난해 말 정 부사장의 승진 가능성이 제기되자 “입사한지 3년밖에 안 된 이가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할 구원투수로 자질이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노사관계가 풀리지 않을 경우 노조는 전략적으로 정 부사장을 공격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이제 곧 새 집행부가 들어서는 만큼 정 부사장의 고속승진을 놓고 논의해 볼 것”이라면서 “노조는 그동안 정 부사장 고속승진이 일반적 인사규칙을 벗어난 특혜라고 회사에 입장을 꾸준히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