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문가 김재식, 현대산업개발의 공격경영 변신 성공할까

▲ 2015년 3월7일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임직원 등반대회를 맞아 청계산을 오르고 있다.

기업에서 재무전문가들은 대체로 보수적이다. 아무래도 돈을 만지기 때문에 사업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도 재무전문가로 이름 높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 재무관리로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운 ‘내실경영’을 인정받아 사장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적극적 인수합병과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여전히 주택건설부문이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김 사장이 앞으로 어떻게 사업구조를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17일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전체 수주잔고 23조7550억 원 가운데 21조4480억 원이 주택사업으로 90% 이상을 차지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주택사업 쏠림현상은 재개발을 비롯한 정책적 수요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이 사회간접자본(SOC), 발전소, 부동산금융 등 비주택부문을 늘려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주택부문은 부동산시장이나 정책에 따라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부동산시장 침체로 2013년 적자로 돌아선 경험이 있다.

김 사장이 현대산업개발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올해 3월 주주 총회에서 “적극적 부동산금융 진출과 전략적 인수합병 등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며 공격경영을 통한 사업다각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현대산업개발에서 법무감사실장, 최고재무책임자 등을 지내 아무래도 안정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이례적인 변화로 평가됐다.

현대산업개발은 6월 국토교통부에서 리츠AMC 승인을 받아 8월 설립을 완료했다. 리츠AMC는 부동산 상품 관련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모은 뒤 수익을 내 되돌려주는 부동산투자회사를 말한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리츠AMC 설립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신사업을 위한 인수합병도 아직 밝힌 단계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도로와 철도, 발전시설 등 사회간접자본 부문의 수주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김 사장은 5월 통영LNG발전사업을 허가받지 못했지만 곧장 재도전 의사를 밝히고 현재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관리부문을 키워나갈 계획도 세워뒀다. 시공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운영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현재 용산아이파크몰과 합작회사인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부동산운영을 통해 얻은 유통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유통사업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해외에서 토목공사 위주로 수주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주택이나 상용 건물까지 확장해 유통부문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상대적으로 미약한 해외사업부분을 키우기로 했다.

김 사장은 1951년 태어나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93년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2013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전환한 회사를 2014년 흑자로 돌려세웠고 그해 12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김 사장이 법무팀장과 최고재무책임자로 있을 때 활약이 주목을 받으면서 법무재무통으로 통했지만 영업쪽 경력도 상당하다”며 “그 능력을 재개발 등 건설 수주전과 신사업을 발굴하는 과제를 맞아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