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인 D램의 내년 업황을 놓고 증권가에서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핵심재료인 웨이퍼(원판)의 공급부족이 변수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웨이퍼 공급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안정적 수급기반을 갖추고 있어 경쟁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내년부터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줄어들며 전반적으로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업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서버분야에서 메모리 수요가 계속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PC 등 다른 IT기기에 사용되는 D램 수요는 4분기부터 크게 줄어들며 내년까지 역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D램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업체들이 증설투자에 나선 효과로 내년부터 공급과잉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증권가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반도체가격이 내년부터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D램업체들이 무리하게 생산을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 공급부족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국내외 증권사와 시장조사기관들은 이처럼 내년 D램 업황을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며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실적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의 핵심재료인 웨이퍼 공급부족이 반도체 업황변화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업황호조가 계속될 가능성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소 2019년 상반기까지 웨이퍼 공급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며 D램 업체들이 증설투자를 벌여도 생산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반도체 웨이퍼는 D램과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등 대부분의 제품에 사용되는 핵심재료다. 최근 이어진 반도체 수요급증을 웨이퍼 전문업체들의 공급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특히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일제히 대규모 증설투자에 나서며 웨이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대적으로 D램 업체들이 확보할 웨이퍼 물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이 마이크론 등 D램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웨이퍼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공급업체들에 가장 중요한 고객사로 꼽힌다. 그만큼 수급망도 안정적이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전 세계 주요 웨이퍼업체들과 약 2년 정도의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에 사용하는 웨이퍼. |
SK하이닉스는 그룹 지주사인 SK가 최근 LG그룹에서 글로벌 4위권 웨이퍼업체인 SK실리콘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 효과를 봐 안정적 웨이퍼 공급기반을 확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확보한 만큼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영향으로 웨이퍼 수급을 대폭 늘리기는 어렵겠지만 SK하이닉스에 가능한 많은 물량을 공급하거나 경쟁사에 공급을 제한하는 등의 전략을 쓸 수 있다.
웨이퍼 공급부족은 아직 안정적 수급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중화권 반도체기업의 시장진출을 늦추는 효과도 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업체들의 지배력이 더 강화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D램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려 업황악화를 유도하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하위업체의 점유율과 수익성 하락을 이끄는 전략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 연구원은 “D램 업황은 이제 수요보다 상위업체들의 공급량 변화가 주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에 웨이퍼를 대거 투입하기 어려워진 만큼 심각한 수준의 공급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