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하 한샘 회장은 “가장 힘들 때가 기회”라고 평소 강조한다.

한샘이 사내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면서 어렵게 쌓은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 한켠에서는 불매운동을 벌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온다. 
 
최양하 '한샘 성폭행' 신속 대응, "조직문화 환골탈태의 기회"

최양하 한샘 회장.


그러나 최 회장의 말처럼 한샘의 조직문화를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의 사내 성폭행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건이 벌어지고 인사팀과 법무팀의 대응방식이 도마에 오르면서 한샘을 바라보는 여론은 더욱 싸늘하다.

청와대 게시판에 4일 올라온 ‘한샘 성폭행 사건에 올바른 수사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10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약 3만 명이 동의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여성회원이 많은 인터넷카페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유통 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한샘 제품판매를 잠정 중단하는 등 실적에 악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매출보다는 피해 여직원 보호와 기업문화 쇄신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 분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태가 발생한 근본원인이 임직원들 간의 ‘상호 존중 문화’에 신경 쓰지 못했다는 점임을 모든 경영진이 공감하고 상호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도 빠르게 이번 사안에 대응했다. 24년 경력의 장수 전문경영인답게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간파한 셈이다.

그는 4일 중국출장 일정을 남겨둔 채 급히 귀국해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직원을 적극적으로 돌보지 못한 점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마련해 모든 제보와 건의를 직접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약속은 곧바로 실천에 옮겨졌다. 기업문화팀을 회장 직속의 기업문화실로 승격하고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곳에서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무기명 핫라인도 운영한다.

여성인권과 기업문화 관련 외부전문가들로 기업문화 자문단을 구성해 성평등문제를 비롯한 기업문화 전반에 관련한 자문도 구하기로 했다. 또 이번 사건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기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성폭행 사건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이 사건으로 잘 나가던 조직의 미비했던 부분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는지에 따라 한샘에게는 체질개선의 기회가 될 수도 혹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량공유기업인 우버는 성추문 스캔들 등이 연이어 터지며 70조 원이 넘던 기업가치가 9개월여 만에 최소 20조 원 이상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우버는 사내 성희롱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덮기에만 급급했다는 사실이 사내 폭로로 2월에 드러났다.

트래비스 캘러닉 전 최고경영자(CEO)가 2013년 사내 직원 간 성관계를 부추기는 이메일을 보내고 우버 기사에게 막말을 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기업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최양하 회장은 작은 부엌가구회사였던 한샘을 공들여 종합 홈인테리어 기업으로 키워냈다.

대표이사에 오를 당시 한샘 매출은 1천억 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기준으로 2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조직문화를 세우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다행인 점은 최 회장이 이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샘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