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하기로 결정됐지만 SK하이닉스가 다른 업체와 협력 가능성을 계속 찾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인수전 참여로 기대했던 반도체 기술 협력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했고 인수가 완전히 마무리될지도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에 투자한 효과로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영향력을 더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실질적 협력관계는 느슨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바의 반도체 기술정보에 SK하이닉스가 향후 10년 동안 접근할 수 없다는 조항이 인수계약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계약조건과 관련해 “(도시바와)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협력이란 것은 그 정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4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득이 크지 않고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도 15% 정도에 그치는 만큼 이번 계약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또 웨스턴디지털의 법적대응과 독점금지규제 심사 등 넘어야 할 장벽도 아직 많다. 문제가 생길 경우 인수가 무산되거나 SK하이닉스가 컨소시엄에서 손을 떼야 할 수도 있다.
최 회장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몇 단계를 더 거쳐야 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기관 그로스버그 관계자를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인수무산 가능성에 대비해 다른 업체와 낸드플래시를 놓고 협력할 가능성을 찾는 ‘플랜B’를 준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시바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은 애플과 서버업체 델, 하드디스크업체 씨게이트 등 대부분 낸드플래시 주요고객사로 자리잡을 수 있는 업체들이다.
인수가 무산되면 이들 업체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물량을 대안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도 글로벌 주요업체들과 함께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참여한 것이 상생을 위한 협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애플에 낸드플래시와 D램을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씨게이트와는 지난해부터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적도 있다.
특히 애플은 낸드플래시 물량확보가 가장 절실한 만큼 도시바 인수기회를 놓치면 여유자금으로 SK하이닉스에 직접 생산투자를 지원하는 등의 협력방안을 추진할 공산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은 낸드플래시 공급에서 삼성전자의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인수가 무산될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