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하나고가 신입생 입학시험에서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감사결과 매년 30명씩 약 90명이 부정합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학자 칼 포퍼는 ‘오류가능성의 원리’를 들어 인간의 이성이 불완전해 언제든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기업이나 학교, 국가단위 등 사회 어느 조직에도 해당한다.

  현대차, 세타2엔진 내부제보자 고발이 능사였을까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문제는 오류가 있다고 해도 잘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휘슬을 불어 오류를 지적해줄 사람(whistle blower:내부제보자)이 없다면 말이다.

현대차 세타2 엔진 결함을 폭로한 김모 전 부장이 형사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현대차가 김 전 부장을 해고한 데 이어 영업비밀 유출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그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김 전 부장의 복직을 권고받았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현대차는 삼성전자와 나란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이다. 치열한 글로벌경쟁에서 기업의 보안유지는 필수다.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주장도 전혀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전 부장은 세타2 엔진 결함과 관련 공익제보 자료 외에도 현대차 내부 자료를 이메일로 유출해 자택 컴퓨터에 보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익제보는 조직의 구성원이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려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는 행위다. 2011년 3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된 데 따라 명백히 합법적인 것이다.

하지만 공익제보를 한 당사자는 유무형의 핍박을 받게 마련이다.

하나고 입시부정만 해도 이 사실을 폭로한 건 전모 교사였다. 감사결과 허위사실이 아닌 것이 드러났지만 교사는 지난해 10월 해임됐다. 학교 측이 내세운 명분은 ‘비밀엄수 의무 위반, 직장이탈 금지 위반, 품위유지 위반’ 등 3가지였다.

명백한 보복성 조처였다. 이런 일이 하나고 뿐이겠는가. 내부제보자가 되면 조직 내부에서 배신자란 주홍글씨가 찍히는 정도가 아니라 생계의 존립기반까지 흔들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폭로내용이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보복이 가해지게 마련이다.

올해 1월 ‘내부제보실천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사회곳곳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양심고발에 나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대선에 온통 관심이 쏠리면서 지지부진한 상태지만 국회 차원에서도 ‘내부고발자보호법안’ 통과를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내부제보자를 보호하지 않을 경우 내부 구성원에 보이지 않는 재갈을 물리는 것이고 이는 조직의 곪은 상처가 있어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김 전 부장이 결과적으로 사익을 취하려 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이번 사태의 전반적인 과정만 놓고 보면 현대차 조직내부에 환부가 있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김 전 부장은 외부제보에 앞서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내부에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못 막아 결국 가래로 막게 된 것이다. 

현대차가 김 전 부장를 고발한 점도 보복성 행위라는 시각이 폭넓게 존재한다. 현대차로서는 엔진결함으로 소비자의 불신을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내부고발자에게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안을 놓고 최근 성명에서 현대차가 노동ㆍ인권ㆍ환경ㆍ반부패 등 4대 분야 10개 원칙을 담은 선언인 유엔글로벌콤펙트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참여연대는 “현대차가 공익제보자를 탄압하는 것은 부패척결을 위한 노력하겠다는 원칙과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런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음을 현대차가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가 100% 수용하지 않더라도 한번쯤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